한국GM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5개월에 걸친 임단협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연내 임단협 타결로 최악의 상황을 피한 한국GM은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조는 조합원 7,304명이 참여한 2차 임단협 잠정합의안 투표의 찬성률이 54.1%로 집계돼 합의안이 가결됐다고 18일 밝혔다. 앞으로 노사 조인식 등의 형식적인 절차만 남아 있어 사실상 연내에 임단협을 타결한 셈이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5일 약 4개월의 교섭 끝에 올해 첫 번째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지난 1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45.1%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첫 번째 잠정 합의안에는 사측이 조합원 1인당 일시금·성과급 300만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특별 격려금 100만원 등 400만원을 지급하고, 부평2공장의 생산 일정을 최대한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에서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다가 철회했지만 가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첫 잠정합의안 부결 후 담화문을 내고 “노사 교섭 과정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생산 손실과 불확실성으로 수출시장에서 고객의 신뢰와 믿음을 점점 잃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며 “노사가 더 이상의 손실과 갈등 없이 올해 임금 단체 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노사는 지난 10일 두 번째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고 17∼18일 이틀에 걸쳐 노조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두 번째 합의안에는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고 임직원의 차량 구입 시 할인율을 높인다는 내용 등 노조의 요구가 추가로 반영됐다. 코로나 19 격려금 등 총 40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비롯해 기존 합의안에 들어있던 내용은 대부분 유지됐다. 다만 당초 내년 1분기에 절반을 지급하기로 했던 코로나 19 특별 격려금을 임단협 합의 후 즉시 일괄 지급하고, 조립라인 수당 인상 시기도 내년 3월 1일에서 임단협 합의 직후로 앞당기기로 했다.
한국GM 노사가 올해 임단협 협상을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22일이다. 노조는 그동안 회사 측과 총 26차례의 교섭을 가졌지만, 협상안에 대한 견해차를 보였고 총 15일간 부분 파업도 벌였다. 한국GM은 연내에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만큼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국GM은 가결 직후 입장을 내고 “노사 간 임단협을 연내에 최종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의 쟁의로 2만 5,000여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해 수출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판매량이 감소해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발생한 6만대의 생산 손실까지 합치면 8만 5,000여대로 불어난다. 이는 지난해 한국GM의 전체 판매량의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달 자동차 생산량은 파업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45.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날까지 4주 연속 부분 파업을 한 기아자동차 노조는 오는 21일 사측과 한 차례 더 교섭을 진행한 뒤 이후 투쟁 지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8월 첫 상견례 이후 사측과 15차례의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총 14일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발생한 생산 손실은 약 4만 5,000대로 추산된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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