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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77> 디지털 경제에 대응한다고 하지만 기존 금융시스템에 변화 불가피할 듯

■中 ‘디지털 위안화’의 파급력은

최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시험 사용을 위해 공개된 ‘디지털 위안화’의 모습. 현물 위안화 지폐와 비슷한 디자인이다.




국가와 사회의 모든 경제활동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단순히 기업이나 개인들이 인터넷 사용을 늘리는 정도가 아니다. 전통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이 이미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바로 디지털 경제다. 실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주문해 결제하는 비율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화폐의 혁신도 진행 중이다.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 수단으로서 화폐도 점차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미 신용카드나 모바일페이 등 전자지불 수단이 확산 중이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위해 모바일페이인 알리페이를 도입한 이후 유사한 모바일페이가 크게 증가했다. 모바일페이는 오프라인에서도 급속히 보급돼 중국은 이제 현금 없이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사회가 됐다. 중국은 현금 사용이 오히려 불편한 사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면 디지털화된 경제, 더 나아가 디지털 경제의 거래를 위해 ‘디지털화된 화폐’가 아니라 아예 ‘디지털 화폐’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이미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출현했고 종류도 급속히 늘고 있다. 다만 이런 암호화폐는 말이 화폐지 실제 화폐로서는 별로 효용이 없다. 투기의 대상인 ‘암호자산’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재화의 거래는 이 암호화폐 출현 초기에 일부 시도됐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해 현재 중국에서 법정 디지털 화폐를 실험 중이다. 법정 디지털 화폐는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해 법화와 같은 효력이 있다. 즉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해 공개시험이 진행 중인 디지털 위안화(e-CNY·數字人民幣)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공개 시험한 법정 디지털 화폐를 보자. 인민은행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은 어플리케이션(앱)에 디지털 위안화가 들어가 있다. 가게에 비치된 QR코드를 찍으면 이 전자지갑에서 물건값이 빠져나간다.

방식은 중국에서 이미 일반적인 위챗페이·알리페이 등 모바일페이와 비슷하다. 현지 사용자들도 “모바일페이와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거래를 위해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에서도 시험을 해봤다. 역시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고르고 결제를 하면 앱의 디지털 위안화가 지불 된다. 알리페이 방식이랑 똑같이 쉽다.

소비자로서는 알리페이에서 돈이 지불되나 디지털 위안화가 빠져나가나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는 모바일페이 결제가 현금이나 신용카드 보다 더 일반적이기 때문에 디지털 위안화에 대한 거부감도 더 적은 듯하다.

그럼 차이가 없나. 디지털 경제만 생각하면 디지털화된 화폐나 디지털 화폐나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전체 경제 운용 면에서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디지털 위안화를 포함한 디지털 화폐는 거래 현장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을 변화시킬 새로운 도구다.

현재 금융시스템은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현금을 기준으로 한다. 중앙은행이 일정량의 현금, 즉 본원통화를 발행하고 이의 근거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만들어낸다.

기존 모바일페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공급하는 유동성을 디지털화해 지불하는 데 불과하다. 이는 일종의 ‘빚’인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다. 모바일페이든, 신용카드든 현금이 기본인 금융시스템의 하부구조일 뿐이다.

하지만 법정 디지털 화폐는 다르다. 디지털 화폐는 그 자체가 본원통화인 현금이다. 국민 각자가 중앙은행에 직접 계정을 두고 중앙은행으로부터 디지털 화폐를 받을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인이 중앙은행에 저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는 셈이다. 저금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이자를 줄 수도 있다.

디지털 화폐가 확산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자금을 중개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역할이 파괴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승수효과가 없기 때문에 전체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의 한도에서 머물 수 있다. 유동성이 축소된다는 이야기다.

금융기관들은 예금과 대출의 수익이 사라질 수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산관리 등 다른 일거리를 더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법정 디지털 화폐 목표는 일단 암호화폐나 민간 전자지불 수단을 대체재다. 문제는 법정 디지털 화폐가 확산될 경우 필연적으로 기존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민은행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디지털 위안화는 직접 개인이나 기업에 공급하지 않고, 중간에 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금융구조와 같다. 또한 저장된 디지털 위안화에 대해 이자도 지급하지 않는다. 기존 은행의 예금을 빼내 디지털 위안화 앱에 지나치게 쌓아두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디지털 위안화 탄생의 의미가 반감된다. 디지털 화폐가 기존의 현금의 디지털화된 전자결제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쑤저우의 한 시민이 한 카페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탄생은 비트코인의 충격에서 비롯됐다. 2009년 역사상 최초의 암호화폐(암호자산)인 비트코인이 출현했다. 비트코인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해 채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의 무대가 중국이었다. 당시까지 느슨한 중국의 규제와 저렴한 전기료는 최적의 암호화폐 채굴 조건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이 비트코인의 최대 채굴국이자 거래국이었다. 중국 정부가 긴장한 것은 당연했다. 중국의 통제 위주의 금융정책에 암호화폐는 분명한 적대자였기 때문이다.



2014년 중국에서 아예 국가가 법정 디지털 화폐를 만들자는 구상이 나왔다. 바로 디지털 위안화다. 5년여의 연구와 개발을 거쳐 지난해 말 기본 골격이 완성됐다. 올 들어 비공개 시험을 거쳐 지난 10월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서 첫 디지털 위안화가 공개됐다. 가게에서의 물건값 결제부터 사용됐다.

평가는 반반이다. 기존의 위챗페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비슷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급이 빠를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이어 12월에는 쑤저우에서 인터넷이 없는 상황에서의 오프라인 결제와 함께 온라인몰에서의 사용이 시도됐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내년에도 공개 시험을 이어갈 전망이다. 공식 사용은 오는 2022년 2월에 열릴 베이징동계올림픽 무대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말했듯이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의 운용을 극도로 보수적으로 진행한다면 디지털 위안화의 파괴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디지털 위안화의 일부 목적은 달성한다.

화폐의 디지털화에 따라 최근 중국에서는 전자지불의 주도권이 민간에 넘어간 상태다. 모바일페이 사용의 급증으로 중국 지불결제의 대부분을 민간기업인 알리바바(알리페이)와 텐센트(위챗페이)가 하고 있다.

물론 이들 기업은 주요 거래정보를 중국 당국에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정부가 거래를 장악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매개를 민간기업이 하고 있고, 특히 이들 기업의 시스템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국가 금융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즉 알리페이에 국가 결제시스템을 맡기느니 정부가 직접 디지털 화폐를 만들자는 생각이 중국 당국자의 머릿속에 들었다는 것이다. 바로 통화주권을 기업에게서 국가로 되찾자는 논리다.

이와 함께 거래의 벼리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디지털화된다는 것은 기록이 남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디지털 위안화가 사용될 때는 모든 기록을 당연히 인민은행이 갖게 된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에 심각한 우려를 일으키지만 국가로는 탐나는 유혹이다.

중국의 경우 어차피 모바일페이를 통해 거래기록이 남고 이를 정부가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위안화가 초래할 우려에 대해 별로 비판적 시각은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디지털 위안화의 도입에 가장 유리한 점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법정 디지털 화폐로 자금세탁 등 불법, 범죄 활동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는 선전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관심은 디지털 화폐의 국제적 거래다. 특정 국가가 법정 디지털 화폐를 만들었을 때 이를 다른 나라의 개인이나 기업들과 거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단 다른 나라에서도 법정 디지털 화폐를 만들고 양국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있을 경우 당연히 거래가 된다.

하지만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디지털 화폐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현재 국제 금융결제망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이른바 ‘디지털 달러화’를 만들 생각이 별로 없다. 이미 달러 제국이 구축돼 있고 또한 달러의 디지털화도 충분해 향후 어떤 위험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디지털 달러 도입에 대해 꺼리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중국 외에 다른 국가가 디지털 화폐를 만들지 않아도 디지털 위안화는 통용될 수 있다. 이를 테면 한국에서도 인민은행 전자지갑(앱)을 설치할 경우 디지털 위안화를 받을 수 있다. 이미 한국의 일부 상점에서 위챗페이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그래도 논란은 있다. 위챗페이는 한국과 중국의 금융기관을 모두 통과해서 지불결제가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위안화는 어떤 방식으로 ‘국경’을 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중국과 함께 한국의 금융시스템도 바꿔야 하는 주제다.

디지털 위안화 결제가 가능하다는 플래카드가 쑤저우 시내 쇼핑몰의 한 식당에 걸려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작업을 강 건너 불구경 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이는 디지털 화폐의 미래와 관련돼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찻잔속의 태풍이라면 위챗페이처럼 중국 안에서 ‘중국 특색의 결제수단’으로 머물 것이다.

반면 디지털 화폐가 새로운 디지털 경제와 금융 시대를 여는 돌파구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법정 디지털 화폐를 처음 만든 중국이 이의 기술을 선점하고 표준화에 앞장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디지털 경제에서도 중국이 앞서 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중국의 궁극적인 희망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덤이다.

한편 중국인들은 세계경제 속에서 중국이 존재하는 만큼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GDP에서 중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16.3%에 달했다. 하지만 국제 지급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2%도 되지 않았다.

이런 차이는 실제로는 중국의 엄중한 외환규제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글로벌 지급결제망을 장악한 미국의 방해 때문이라고 중국 관변학자들이 줄곧 주장해와 중국 일반인들은 그렇게 믿는다. “이러한 차별에 대한 불만이 디지털 위안화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글·사진(쑤저우·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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