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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극이 처음 시작된 ‘그곳’에서의 기록

■ 책꽂이-우한일기

팡팡 지음, 문학동네 펴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19의 비극이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곳, 중국 우한에서의 생존기를 담았다. 중국 최고 권위의 루쉰 문학상을 수상하고 어린 시절부터 우한에서 자란 저자가 도시 봉쇄 사흘째부터 인구 1,000만의 대도시가 멈춰버린 참상과 고위직들의 안이한 대응, 은폐와 침묵, 일상의 터전에서 죽어 나가는 이들을 목격하며 웨이보에 써내려간 글을 엮었다. 저자는 이 재난이 어디서 왜 초래되었는지, 어떤 안일함과 무책임이 비극을 확산시켰는지 집요하게 추적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서로 돕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독거 노인의 끼니를 염려하며 조심조심 문을 두드리는 이웃, 도시 붕괴를 막기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 등의 모습이 ‘사람 간엔 전염되지 않는다’며 초기 사태를 가리고 축소하기에 급급했던 정부의 행태와 대조를 이룬다.

‘비상사태가 닥치면 인간 본성에 내재한 거대한 선과 악이 전부 드러난다.’ 저자의 생생한 생존기와 그 기록이 담긴 웨이보는 중국 정부의 검열로 차단되고 삭제됐지만,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 운동을 통해 해외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됐다. 책은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15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나 정작 중국에서는 출판되지 못했고, 저자는 당국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이 책이 말하는 바는 ‘중국이 잘못했다’가 아니다. “우리 역시 스스로의 적 혹은 공범자다. (중략) 매일 말로만 ‘대단하다, 우리나라’라고 떠들어봤자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정치 공론만 일삼고 실질적인 업무는 하지 않는 간부들은 조금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상식이 부족하고 객관성과 정확성이 결여된 사회는 말로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을 말이다.”(76~77페이지) 2020년, 바이러스 앞에 바닥을 드러낸 국가 시스템, 정치, 시민 의식 등 모든 것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1만 6,5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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