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수차례 가격을 올려 눈총을 받았던 명품 브랜드들이 새해 벽두부터 또 다시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쇼메부터 명품 패션잡화 브랜드 셀린느까지 새해 첫 날부터 인기 제품의 가격을 최대 15%가량 인상한다. 올해 국내 명품 시장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이 자유롭지 못한 소비자들의 ‘보복 소비’가 몰린데 더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까지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시장에서는 혼수장만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봄 시즌까지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쇼메는 오는 1월5일부터 대표 컬렉션인 ‘비 마이 러브’와 ‘리앙 에비당스’ 일부 제품의 가격을 2~3%가량 인상한다. 쇼메의 가격 인상은 지난 7월에 이어 약 5개월 만이다.
이번에 가격을 올리는 컬렉션은 결혼 예물을 준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들로 반지의 가격은 평균 300만원대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가의 명품은 인기 예물로 꼽히는 탓에 결혼 시즌을 앞두고 연초부터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린다”며 “쇼메를 시작으로 불가리 등 혼수 예물로 인기를 끄는 명품 브랜드들도 새해부터 가격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전했다.
주얼리뿐만 아니라 명품 가방의 가격도 올라간다. 셀린느는 1월1일부터 대표 제품인 트리옹프 버킷백 미디엄과 트리옹프 카바스백 스몰 등의 가격을 최대 15%가량 인상한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버킷백 스몰의 가격을 기존 160만원에서 185만원으로 25만원 올렸다.
이들뿐만 아니라 샤넬, 디올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본사 정책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올 한해에만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격을 올려도 오히려 백화점 개장 전부터 명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는 등 한국 시장에서 명품의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11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6%, 26% 증가했다.
특히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층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해외 명품 매출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지난 2018년 44%에서 올해 48%로 확대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와 맞물리면서 자신의 만족을 위해 고가 상품에 선뜻 지갑을 여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백화점과 명품 업계는 미래 주요 소비층인 2030세대를 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2월부터 30대 이하 고객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인 ‘클럽YP’를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부터 5단계였던 VIP등급을 6단계로 나누면서 기존보다 낮은 기준의 새로운 엔트리 등급인 ‘레드’를 운영한다.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은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올해 한국 시장에서 전용 온라인 몰을 열었고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의 서비스에도 입점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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