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6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자들의 내부 진입을 막기 위해 권총을 꺼냈고 지지자들은 의회 안에서 옛 남부연합기를 꺼내 휘두르면서 세를 과시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가 워싱턴DC 곳곳에서 시작됐으나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직접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열린 지지시위에서 연설하면서 ‘승복 불가’ 입장을 재천명했다.
지지자들이 상·하원 합동회의 개시 시간인 오후 1시에 맞춰 의회로 행진했고 회의 개시 즈음 수백 명이 주변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으로 진입했다.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었고 경찰의 제지도 소용없었다.
이들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의사당 건물로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난입에 경찰 병력이 허둥대는 사이 일부가 의사당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 외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은 물론 유리창을 깨 내부로 난입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TV로 고스란히 중계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사당에 집결해 있던 의회 요인(要人)들이 경호인력의 안내 하에 긴급 대피했다. 일부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까지 들어가 상원의장석까지 점거했다. 일부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원 회의장 앞에서는 시위대가 밖에서 밀고 들어가려 하자 안에서 경호인력이 기물로 문을 막고 권총을 겨누며 대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상원 회의장에 진입한 이들은 머지않아 해산되기는 했다. 그러나 의회에서 여성 1명이 가슴에 총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는 CNN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까지 동원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경찰 여럿도 시위대와의 대치 과정에서 부상하기도 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 위에 발을 올린 시위대도 있었다. 노예제 옹호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든 시위대도 눈에 띄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로 “지금 귀가하라”고 했지만 대선 사기 주장을 다시 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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