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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뉴질랜드, 신부는 필리핀…8,000km 떨어져 결혼식 올린 사연

주례는 미국 혼례회사…하객들은 각국서 화상으로 지켜봐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신랑과 신부가 각각 뉴질랜드와 필리핀에서 온라인 화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일이 발생했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9일 웰링턴에 사는 존 모리스(63) 씨가 이틀 전 자신의 아파트에서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8,000km 이상 떨어진 필리핀의 한 호텔 예식장에 면사포를 쓰고 등장한 데이지 케인글렛(40)과 화상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주례는 미국 유타주에 있는 혼례 서비스 회사가 맡았고, 하객들은 영국과 두바이, 호주 등지에서 역시 온라인으로 접속해 식을 지켜봤다.

신랑 집에서는 2013년 뉴질랜드 텔레비전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딸이 축가를 불렀고, 친지들은 황혼의 나이에 새 신부를 맞이하는 신랑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스터프는 전했다. 두 사람은 식이 끝난 뒤 결혼식에 참석한 가족과 친지들에게 각각 가재, 케이크, 초콜릿 등으로 피로연을 베풀었다.

모리스와 케인글렛은 지인의 소개로 1년 전 페이스북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스가 온라인에서는 케인글렛을 만나고 나서 한 달 뒤 필리핀으로 건너가 결혼 승낙을 받았다고 스터프는 밝혔다. 모리스는 “그때 이미 코로나19가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만나러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반지를 들고 가서 청혼했고 승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 케인글렛을 뉴질랜드로 데려오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코로나19로 상황이 크게 달라지면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역무원으로 일하는 모리스는 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내년까지 신부가 뉴질랜드로 오지 못한다면 자신이 필리핀으로 건너가 교회에서 다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터프는 예식을 맡았던 미국 혼례 회사가 결혼식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며 결혼증서를 발급하겠지만, 미국인이 아닌 사람이 미국 밖에서 결혼증서를 사용하려면 미국 정부의 공증을 받도록 권고했다고 소개했다. 모리스는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결혼 등록 사무소는 자국 안에서 당사자들이 직접 참석해 이루어진 결혼만 결혼 등록부에 공식적으로 기록된다고 밝혔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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