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 참석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향후 전기차 전략과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할 청사진을 내놓는데 집중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완성차 제조라는 틀을 깨고 무인 운송서비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배송용 전기트럭 사업의 본격화와 전기차 전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CES 2021 기조연설을 통해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배송용 전기트럭 서비스 ‘브라이트드롭’(BrightDrop)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GM은 올해 말까지 배송업체 페덱스에 첫 대형 상업용 밴(승합차)인 ‘EV600’ 500대를 인도할 계획이다. EV600에는 GM이 독자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1회 충전 거리가 약 400㎞에 달하며 인터넷 연결도 가능하다.
메리 배라 CEO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프로그램 등 미래차 기술에 270억 달러(약 29조 7,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아울러 GM은 차량 실내를 거실처럼 꾸민 자율주행차 ‘캐딜락 헤일로’와 첫 항공 모빌리티 제품인 수직 이착륙 드론 ‘버톨’(VTOL) 등 두 가지 미래형 콘셉트카도 선보였다. 얼티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쉐보레 볼트 EUV와 허머 EV, 캐딜락 리릭과 셀레스틱 등 전기차 4종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과 접목된 차량 실내 공간을 선보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형 전기 세단 EQS에 탑재될 MBUX 하이퍼스크린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MUBX 하이퍼스크린은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폭 141㎝의 화면에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를 표시하는 AI 기반 디스플레이다. 새로 도입된 ‘메르세데스 여행 지식’(Mercedes Travel Knowledge) 기능은 운전자가 주행 중 ‘왼쪽에 있는 식당이 이름이 뭐야’ 등의 질문을 하면 디스플레이에 정보가 표시되며 음성 안내를 해준다. 또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학습해 놓았다가 중앙의 내비게이션 화면에 띄워주기도 한다.
BMW는 올해 말 국내에 출시될 플래그십 순수전기차인 iX를 소개했다. 여기에 탑재될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운영체제 ‘BMW iDrive’도 선보였다. 차세대 iDrive는 차량에 탑재된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해 더 높은 수준의 자동 주행과 주차 기능을 지원한다. 다른 BMW 차량으로부터 위험 상황에 대한 경고를 받아 운전자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목적지 주변에 주차 공간이 있는지도 미리 확인 가능하다.
아우디는 순수 전기차 라인업의 첫 그란 투리스모 모델인 ‘e-트론 GT’ 콘셉트를 소개했다. e-트론 GT는 포르쉐 스포츠카 타이칸과 같은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다. 영화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타고 나와 이목을 끌었다. e-트론 GT는 4륜 구동 방식을 적용한 4도어 쿠페 세단으로, ‘오버부스트’ 모드에서 640마력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 모터가 탑재됐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3차원(3D)으로 지프 브랜드의 그랜드 왜고니어 콘셉트, 알파로메오의 스텔비오 콰드리폴리오 등 다양한 모델을 살펴볼 수 있는 가상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미래차 기술의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 등도 이목을 끌었다. 인텔의 자회사인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 업체 모빌아이는 자율주행차용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한 레이다) 통합칩(SoC)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은 범위, 속도, 방위각, 사물의 고도와 위치를 계산해 정밀 지도를 생성하는 첨단 레이다 센서 540을 소개했다.
국내 부품업체 중에서는 만도가 올해 처음으로 CES에 참가해 자동차의 섀시와 운전대를 전기 신호로 연결하는 기술인 ‘자유 장착형 첨단 운전 시스템’(SbW) 등을 선보였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