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기업에서 성과급이나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은행권은 200% 성과급 등을 타결하며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 수요 덕에 대출 규모 자체가 크게 불어나면서 2020년 은행권 이익이 2019년보다 상당 폭 늘어난 덕분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19일까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노사가 차례로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빼고 대부분 임단협을 마무리한 모습이다.
임금 인상률의 경우 4개 은행 노사 모두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앞서 합의한 1.8%를 받아들였다. 1.8% 가운데 절반(0.9%)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내용도 공통적이다. 은행마다 '보로금' 등 명칭에 차이는 있지만 성과급은 기본급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의 180∼200% 수준으로 전년도와 약간 적거나 비슷하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1년 전과 같은 200%, 신한은행이 10%포인트 낮아진 180%의 성과급을 준다. 신한은행의 경우 180% 가운데 30%는 3월께 주식 형태로 지급된다. 지난 13일 임단협을 타결한 우리은행 노사의 경우 특별상여금 수준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확정된 뒤 지급 여부나 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임금 인상률이 전년도인 2%보다 0.2%포인트 낮고 일부 은행의 성과급 비율도 소폭 떨어졌지만 성과급과 별개로 지급되는 격려금·위로금, 신설된 복지 혜택 등을 고려하면 은행 직원들의 주머니가 오히려 더 두둑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작년 연말 '특별 위로금' 명목으로 150만원이 현금으로 지급됐는데 상당수 호봉에서는 성과급 비율 하락(10%포인트)에 따른 감소분을 상쇄하고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국민은행의 경우도 성과급에 더해 15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연말연시 '보너스' 성격의 현금이 전년보다 50만원 정도 늘어난 모습이다.
새 복리 후생 제도도 도입됐다. 농협은행 노사는 특수근무지 수당 대상 확대, 국내여비 개선 등에 합의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1대1 맞춤 건강관리 프로그램 신설, 육아휴직 분할사용 횟수 확대, 반반차 휴가 신설, 회사가 보증금의 반을 내주는 공동 임차제도 도입 등을 관철했다.
은행권의 임금 사정이 나은 것은 수출 업종을 제외하고 내수 업종으로서는 드물게 금융권의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만 봐도 KB금융지주(2조8,779억원)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5%, 신한금융지주(2조9,502억원)도 1.9% 증가했다.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하나금융지주(2조1,061억원)와 농협금융지주(1조4,608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각 3.2%, 4.8% 불어난 만큼, 추세대로라면 5대 금융지주가 무난히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생활고·경영난에 따른 자금 수요와 부동산·주식 투자수요(영끌·빚투) 등이 겹쳐 지난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아울러 '동학개미운동'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도 금융 그룹 계열 증권사들에 주식 위탁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수익을 몰아준 것 역시 영향을 끼쳤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