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하락으로 인해 그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들이 실제로 거둬들인 수입이 외형상 수출 증가분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달러 기준 수출액은 480억1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었다.
하지만 원화표시 수출액은 52조7천억원으로 같은 기간 증가율이 5.0%에 그쳤다.
달러 기준 수출액은 작년 11월 4.0%, 12월 12.6%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동시에 2개월 연속으로 증가 폭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원화표시 수출액으로 보면 지난해 11월 오히려 0.4% 줄었고 12월에는 4.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원화표시 수출액 증가율이 달러 기준 수출액 증가율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것이다.
원/달러 평균 기준 환율은 작년 1월 1천164.3원에서 5월 1천228.7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려 12월 1천95.1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에는 1천97.5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1천100원대를 밑돌았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기업이 달러로 받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할 때 손에 쥐는 수입이 줄어든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뜨릴 수 있다.
해외 생산과 수입 중간재 생산이 늘면서 과거보다 환율 영향이 줄었고 업종별로도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한 경영 요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작년 11월 국내 수출기업 8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 이상이 환율 하락 시 수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이 적정하다고 판단한 환율은 달러당 1천167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천133원이었다. 모두 지난해 11월 평균 기준 환율(1천116.8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장비, 기계, 전자, 섬유 등 환리스크 관리 능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크다고 분석했다.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펴낸 '2021년 국내 수출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지속 전망 등으로 달러화 약세가 예상되고 무역수지 개선, 상대적으로 양호한 코로나19 극복 능력과 같은 원화 강세 요인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원화 가치 절상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하락은 가격 전가가 어려워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3원 내린 달러당 1천116.5원에 거래를 마쳤다.
무역협회 강성은 연구원은 "환율은 기업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요소"라며 "기업들은 수입 대금을 먼저 결제해 수출액 감소분을 상계하거나,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가 나중에 환율이 오르면 환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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