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FAB·팹)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도 인텔의 몰락에 위협을 느끼며 반도체까지 ‘메이드 인 아메리카’에 나서는 것이다.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미국 국립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가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 내 팹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을 조언했다. NSCAI는 미 의회 산하에 설치된 AI 분야 민관 자문 기구로 에릭 슈밋 전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과 로버트 워크 전 국방부 차관이 이끌고 있다. NSCAI는 미국이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대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세제 혜택을 동원해 역내 시설 투자 수요를 끌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NSCAI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례 보고서 초안을 최근 공개했으며 이르면 오는 3월 최종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NSCAI는 AI가 전 세계 기술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미국과 주요 국가 간 경쟁력 격차는 차츰 좁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규모 투자에 나선 중국이 1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NSCAI는 AI 연구개발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핵심 소재인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설계 영역에서는 인텔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제조의 경우 첨단 공정에서 2022년까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에 2세대 이상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NSCAI는 향후 필요한 물량의 약 90%를 동아시아 국가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질 경우 반도체 산업을 넘어 미국의 AI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내 안정적인 제조 시설을 갖추지 못할 경우 독보적인 설계 역량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NSCAI는 공장 가동 비용에서 세제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10~15% 수준에 그치는 만큼 이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과 대만의 인센티브 비중이 25~30%에 달한다며 그 이상으로 지원 비중을 높여야 투자 수요를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