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발행하는 첫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에 2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쏟아졌다. 미래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애플카 협력 기대감으로 현대차를 눈여겨본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잇따른 결과다. 올해 친환경차 사업에 약 9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현대차는 당초 신고금액인 3,000억 원에서 증액 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3,000억 원 규모의 녹색 채권 발행을 앞두고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 2조 1,1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1,500억 원 규모로 발행하는 3년물에 7,400억 원이 들어왔으며 5년물(1,100억 원)에는 9,7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400억 원어치를 모집한 7년물에도 4,000억 원이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되는 자금은 전액 회사의 친환경차 개발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연초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자율주행 등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으면서 오는 2025년까지 약 61조 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67만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올해만 친환경차 인프라 구축에 8조 9,000억 원을 투자한다. △전용 플랫폼(E-GMP) 전기차 생산과 주요 부품 생산 기지 건설(4조 5,000억 원) △각종 미래 모빌리티 연구 개발(3조 5,000억 원) △글로벌 첨단 기술 기업 인수 및 합작 등 전략 투자(9,000억 원) 등이다.
친환경차 생태계 구축으로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일반 회사채가 아닌 ESG 채권 발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녹색 채권은 탄소 감축,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 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첫 발행이지만 최근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고 ESG 투자 수요가 늘어난 점을 감안해 발행 규모를 확정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현대차는 수천억 원가량 물량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발행 한도인 6,000억 원까지 증액할 경우 국내 민간 기업이 발행한 ESG 채권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된다.
앞서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004020)도 지난달 2,500억 원 규모의 녹색 채권 사전 청약에서 2조 7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흥행했다. 기아 역시 이달 중 3,000억 원어치의 녹색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에 기반한 미래차 산업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도 이에 발맞춰 자금 조달 방법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대개 기술 개발과 생산이 수직 계열화 방식인 만큼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들도 ESG 채권 발행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기업들이 발행한 ESG 채권은 1월 한 달 간 1조 원을 넘어섰다. 과거 연간 발행량이 △2018년 1,000억 원 △2019년 9,000억 원 △2020년 8,000억 원 수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이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3,000억 원) △현대중공업(1,500억 원) 등도 녹색 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 자금 조달을 앞두고 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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