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오픈 파이낸스·공급망 금융 강화...우리만의 플랫폼 만든다

■막오른 ‘은행 플랫폼’ 전쟁 <4> 우리은행

"은행 본업에 충실하자"...'우리WON뱅킹' 업그레이드

'글로벌 ERP' SAP와 제휴 등 기업금융 디지털화도 적극

실손보험청구 서비스 등 외부와의 협업 생태계도 확대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22일 열린 '2021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혁신 D.N.A로 미래 디지털 금융시대를 주도하자”고 주문하고 있다. /사진 제공=우리은행




지난달 금융권에서 별안간 우리은행의 경영전략 회의가 화제에 올랐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새해 경영전략을 임직원과 공유하는 자리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를 특별 연사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은행권이 아니어도 업계 굴지의 기업이 후발 경쟁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교훈을 구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윤 대표는 서비스 접근성 제고와 은행 내 문화 쇄신, 사용자 경험 등을 강조하며 “혁신의 핵심은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의했다. “디지털 혁신은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진행돼야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해온 권 행장의 철학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이다.



이는 우리은행의 디지털·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권 행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권 행장은 올해 경영 비전도 ‘디지털 퍼스트, 디지털 이니셔티브’로 내걸고 은행의 모든 상품·서비스뿐 아니라 영업 방식, 일하는 문화 등 안팎의 요소요소에 디지털이 녹아들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정 기술이나 디지털 특화 상품을 도입한다고 해서, 혹은 일부 조직만 디지털 전담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디지털 전환이 되는 게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철학은 올해 우리은행의 조직 개편에서부터 드러난다. 우리은행은 기존에 별도로 떨어져 있던 디지털그룹을 영업그룹과 합치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추진단은 은행의 전체 디지털 전략을 수립·총괄하는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실무적인 업무는 디지털 금융 성격이 강해도 디지털그룹이나 DT추진단이 아닌 해당 사업 부문이 직접 담당하도록 했다. 올해 중점 추진 과제인 기업금융 플랫폼 강화 총괄 조직으로 ‘기업디지털솔루션부’를 기업그룹 아래에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디지털화 관련 업무는 디지털그룹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이제는 은행 모든 업무의 핵심 경쟁력을 디지털 기반으로 강화하기 위해 각 사업 조직이 직접 맡아서 해야 한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본업’에 충실한 플랫폼=우리은행이 지향하는 플랫폼 전략은 오직 은행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끊김 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픈 파이낸스’ 전략에 따라 은행이 보유한 데이터와 업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작업도 오픈뱅킹 이전부터 선도적으로 진행해왔다. 더 많은 고객이 우리은행의 플랫폼을 거쳐 가도록 하려면 고객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접점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단 은행이 온갖 서비스를 백화점식으로 직접 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본업에 충실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우리은행의 플랫폼 전략은 눈에 보이는 플랫폼 강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우리WON뱅킹’ 등 우리은행만의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다른 핀테크·빅테크나 이종 산업의 다양한 플랫폼에 은행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눈에 보이지 않게 녹이는 것도 핵심 전략이다. 우리은행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황원철 DT추진단장(부행장보)은 “과거 은행이 독점했던 계좌 기반 서비스를 시작으로 빅테크와 같은 신규 플레이어들이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지만 신용 창출 능력은 여전히 은행이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대출·지급보증 등 단순한 여신 기능에만 집중해왔지만 앞으로는 수요자가 은행을 찾을 필요 없이 자신의 맥락에 맞춰 물 흐르듯 신용 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디지털화를 위해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금융(SCF·Supply Chain Finance)’이 그 대표 사례다. SCF는 상품·서비스의 재료 조달부터 최종 생산물 공급에 이르기까지 전체 산업의 공급 사슬을 금융과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밀을 수확해 밀가루로 만들고 이를 재료로 공장에서 만들어진 빵이 도매상과 소매상을 차례로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공급사슬에서는 농부와 제분소, 빵 제조공장과 도·소매상 각각의 신용과 재무 안정성은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러 기업이 연쇄적으로 얽힌 공급 사슬을 고려하면 단순히 한 시점에서 특정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과거 데이터나 담보 기반으로 대출해주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비즈니스 활동의 흐름에 맞춰 운전자금을 관리해주고 유사시에 필요한 만큼만 자금을 끌어쓸 수 있도록 크레디트 라인을 뚫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우리은행은 이런 서비스를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나 전문건설공제조합·전기공사공제조합 같은 산업별 데이터 플랫폼과 연동해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우리은행의 ‘보이지 않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우리은행이 앞서 세계 최대 ERP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와 손을 잡은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수다. 황 부행장보는 “빅테크는 하지 못하는, 은행의 본질에 맞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은행 안팎과 시너지 극대화=우리은행의 자체 플랫폼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특히 올해는 그룹 자회사들과의 시너지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증권 그룹사가 아직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은행 고객에게 증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투자에 대한 수요가 확인되는 고객에게 펀드를 소개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우리WON뱅킹에서 다른 그룹사의 서비스와 상품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우리WON투게더’ 서비스도 오픈했다. 황 부행장보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 무료’도 해볼 수 있다”며 “플랫폼은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손님을 끌어오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외부와의 협업 생태계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KT·카카오페이에 이어 롯데멤버스·세븐일레븐·쏘카 등과 제휴를 맺으며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이종 산업과의 파트너십을 짜고 있다. 지난달 31개 보험사와 함께 우리WON뱅킹에 오픈한 실손보험청구 서비스는 열흘 만에 일평균 100여 건의 거래를 기록하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