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4 공급 대책’의 서울 ‘공공 개발(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 후보지로 뽑은 곳은 222곳이다. 이 가운데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재개발·재건축)’ 후보지는 67곳이다. 강북의 뉴타운 해제 구역을 비롯해 강남의 소규모 재건축 단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가 주요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공 시행 정비 사업이 비록 혜택이 더 크지만 공공에 사업 시행권을 넘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현장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공공 개발로 가야 한다며 기존 조합 집행부를 압박하는 등 갈등의 소지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이미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조합들은 새롭게 도입된 공공 시행 정비 사업에 부정적이다. 성북 1구역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 시행 정비 사업은 공공재개발보다도 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이런 사업에 참여하면 주민 혼란만 커지고, 그러면 사업이 지연될 뿐”이라고 말했다. 흑석 2구역 관계자는 “공공 시행 정비 사업은 공공에 토지 소유권과 사업권을 넘긴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사업 권한을 공공에 넘기면 사업 과정에서 조합원 권한 행사가 제한되고 공공에서 수익을 전횡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개발 조합들은 내 집을 빨리 지어서 이득도 보고 싶지만 좋은 집을 잘 짓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며 “그런데 공공에서 정비 계획을 마련할 경우 조합원보다는 공공시설 위주의 설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잇따른 대책 발표로 정비 사업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주민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 사업을 진행 중인 민간 정비 사업지도 공공 방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사업시행인가 문턱까지 간 조합에서도 주민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아놓은 한 서울 용산의 모 정비 업계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들이 국토부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도 공공 주도 정비 사업으로 전환이 가능하냐고 문의까지 넣었다”며 “사업에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이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트집을 잡을 목적으로 공공 주도 정비 사업을 악용할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치 은마, 송파 잠실 주공5 등 강남권 초대형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강남의 A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한 관계자는 “공공이 필요한 것은 수익성이 낮은 지역이지 강남권 단지가 아니다”라며 “아무리 인센티브를 줘서 높게 짓는다고 해도 주거 쾌적성이나 고급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강남권 단지들에는 매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정부는 서울에서 공공 직접 시행 정비 사업이나 도심 공공 주택 복합 사업을 벌이기 위해 222곳을 추려내 설 연휴 이후 주민 설명회를 할 예정이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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