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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정의용의 '또 평화프로세스', 美와 정말 부딪칠까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바이든, 文에 "한반도 문제 '같은 입장'이 중요"

강조했지만, 양국 외교장관 北문제 이견 엿보여

鄭 "김정은이 핵무기 포기한다고 직접 약속했다"

"北 원전 전혀 검토 안해... 미국에도 USB 줬어"

블링컨은 "대북정책 재검토"... 추가제재도 언급

美의회조사국 "한미갈등 가능성" 전망 내놓기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공식 임명 절차를 눈앞에 뒀다. 청문회 ‘불패’라는 국회의원 출신인 데다 치명적인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무난히 장관으로 입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해 총선 이후 어떤 인사도 낙마한 적이 없다는 점이 그의 장관 임명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그가 취임할 경우 강경화 장관 때보다 더 강하게 기존 대북전략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밀어붙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기 포기 의지를 믿고 이를 기반으로 바이든 정부를 설득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제재 완화와 비핵화 약속, 종전선언 등에 대한 진전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대북 추가 제재, 한미연합군사훈련 강행 등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우리 정부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미가 자칫 대북 문제로 이견을 보이며 엇박자, 또는 갈등까지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한미 정상, 결국 통화… 바이든 “한반도 문제, ‘같은 입장’이 중요”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14일 만에 첫 정상 통화를 가졌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28일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통화 이후에도 한미 정상통화 일정이 잡히지 않자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외려 그 직전인 1월26일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32분간 통화를 나누면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과 공통의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대북 전략’을 조속히 마련하자는 데 합의했다.

바이든 정부가 ‘새로운 대북 전략’을 공언해온 만큼 이번 통화에서는 구체적인 대북 해법까지는 곧바로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입장’을 언급한 것을 두고 독자적인 남북대화에 속도를 내는 우리 정부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또 군부 쿠데타가 벌어진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즉각 복원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했다. ‘미중 갈등’의 첫 시험대로 미얀마 사태가 떠오른 가운데 민주주의 가치 동맹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에 우리도 동참해 줄 것을 사실상 요청한 셈이다. 한미 정상은 또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정의용 “평화프로세스 위해 최선의 노력”

이런 가운데 양국 대통령이 새로 지명·임명한 ‘국가 원수의 복심’ 외교 수장들은 대북 문제를 두고 연일 다른 방향을 보는 듯한 발언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동맹국끼리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은 동일했지만 사안 별로는 대부분 시각차를 드러냈다.

정 후보자는 지난달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 도렴빌딩으로 출근하면서부터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바뀌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모든 대북 정책을 재검토한다고 천명했음에도 우리의 기존 전략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정 후보자는 바로 전날에도 외교부를 통해 서면으로 이와 똑같은 지명 소감을 전했다.

같은 달 28일 같은 장소에서 취재진과 만난 정 후보자는 “한미 동맹 관계는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며 “동맹 관계를 보다 건전하고 호혜적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어 “이런 관점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서욱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신임 국무장관 간 소통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러한 것은 한미 양국 정부가 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또 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잘 입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이 핵무기 포기한다고 직접 약속했고, 지킬 것”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 청문회에서는 정 후보자의 포부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새로 출범한 미국 행정부와 조율된 전략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겠다”며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거론했다. 또 “우리 주도로 출범한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에 대한 북한의 참여를 위한 견인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전략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강조한 셈이다.

정 후보자는 아울러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김 위원장이 단 한 번이라도 핵무기 포기·폐기라는 용어를 쓰면서 비핵화 의지를 밝힌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렇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완전히 보장된다면 핵 프로그램을 진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힘줘 말했다. 정 후보자는 “김 위원장이 분명히 나한테도 약속했고 문재인 대통령한테는 더 확실하게 했다”며 “김 위원장이 ‘남측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도 영변에 들어와서 확실하게 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 결렬과 관련, “영변을 폐기했다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아주 핵심적인 프로젝트를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앞으로 우리 정상과 약속한 것은 지킬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문에 한미 연합 훈련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대규모 연합 훈련은 한반도 상황에 여러 가지 함의가 있기 때문에 미 측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훈련 축소 실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일본 문제와 관련해서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물밑에서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두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던 ‘밀실 합의’”라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이 ‘합의 무효화’ 공약을 파기한 것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일본에 상당히 전향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산업부가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 /서울경제DB




“北 원전 전혀 검토 안해...미국에도 USB 줬다”

정 후보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관련 문건 의혹을 두고는 “관련 검토는 전혀 없었고 문건을 본 적도,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적극 부정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원전 관련 사업보고서를 산업부 공무원이 지시 없이 만들 수 있느냐”고 되묻자 “언론 매체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줘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이 실렸는데 그것을 보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2일에도 도렴빌딩 앞에서 취재진을 불러 북한 원전 문건과 관련한 ‘특별 해명’을 내놓았다. 그가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그전까지 언론의 어떤 공개 질문도 받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행보였다.

그는 “최근 북한에 대한 원전 지원 문제 관련해 국내에서의 논란 상당히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국가안보실장으로 당시 판문점 정상회담 준비한 사람으로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원전을 지원하기로 하는 방향을 검토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우 비상식적인 논리의 비약”이라며 “현 상황에서 그 어떤 나라도 북한에 원전 제공할 수 없고 우리도 북한에 대한 원전 제공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정 후보자는 또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한반도 신경제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USB를 북측에 전달했다”며 “신재생에너지 협력, 낙후된 북한 수력 화력 발전소의 재보수 사업, 몽골 포함 동북아 지역 수퍼그리드망 확충 등 아주 대략적 내용이 포함됐고 원전은 전혀 포함이 안 돼 있었다”고 강변했다. 이어 “내가 3차례 미국 방문해서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런 한반도 신경제 구상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며 “특히 판문점 회담 끝난 직후 워싱턴 방문해서 북한에 제공한 동일한 내용의 USB를 미국에 제공했고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취지가 뭔지 설명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굉장히 긍정적 반응 보였다”는 말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美블링컨은 "대북정책 전반적 재검토"…추가제재도 언급

반면 정 후보자의 카운터파트너가 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트럼프 정부 시절 진행한 모든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뜻을 재차 밝혔다. 추가 대북 제재 카드까지 거론하며 우리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는 결에 조금 다른 강온양면 정책을 적극 사용할 것임을 암시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취임한 블링컨 장관은 같은 달 31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국가안보팀이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수단에는 북한을 향한 외교적 인센티브는 물론 동맹들과 조율된 추가 제재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1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도 "북한을 향한 전반적인 접근법과 정책을 다시 살펴봐야 하고 그럴 의향을 갖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달 22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 북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정책 검토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북 정책 전략을 알리지 않았지만 당근과 채찍을 모두 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퇴임을 앞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블링컨 장관과 첫 통화를 갖고 북한 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도 시급한 문제임에 공감하고 양국이 함께 대응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美의회조사국 “대북정책 놓고 한미 갈등 가능성”

한국과 미국의 대북관이 상당 부분 엇갈리면서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을 놓고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CRS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자로 갱신된 '한국:배경과 한미관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의 협력을 중시하는 입장이지만 한미 관계에서는 대북 정책의 차이로 긴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등 동맹국을 상대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징벌적 관세 활용, 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한국측 부담 증액 요구 등을 중단할 것을 암시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새로운 양보를 요구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데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 정책에 대해서는 “쌍방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는 미국과의 긴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가 안보 이슈와 관련해 가장 먼저 직면할 도전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 결정이 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이 최근 훈련 재개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내비친 것은 미국의 정책에 어긋날 수 있는 입장"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기존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있어 난항을 겪을 수도 있음을 예상한 것이다. 이미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문제로 한미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정 후보자 임명이 과연 문재인 정부의 바이든 정부 설득 작업에 속도를 붙일 지 당분간 지켜볼 일이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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