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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차량용 반도체기업<인피니언·NXP>에 보조금 가능성…美도 稅혜택 '저울질'

[美 이어 EU까지…'반도체 자립' 나섰다]

■ 어떤 지원 카드 꺼낼까

대만에 '반도체 읍소' 했던 獨

한국 등 강세에 위기감 커져

美·유럽 설계, 亞 생산 벗어나

역내 시설·공급망 대대적 강화

美 지방정부는 삼성 '러브콜'도





최근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자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각국 정부는 TSMC를 상대로 반도체 생산을 늘려달라며 읍소를 하고 있다.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왕 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TSMC와 논의해 독일에 대한 반도체 공급량을 늘려주는 게 독일 자동차 산업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TSMC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에 나섰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TSMC의 전체 생산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3~5%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대만 정부에 고개를 숙였던 독일과 EU는 반도체 자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만 기업의 반도체 공급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 완성차 산업의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韓·대만에 반격하는 EU·美

미국 정부도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이드 인 올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미국 내 제조)’라는 경제 슬로건을 내세워 당선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확충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이른바 ‘칩스(CHIPS)’ 법안도 미국 의회에 계류돼 있다.

유럽과 미국이 반도체 홀로서기를 추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재편과 연관돼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 재편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반도체 공룡’으로 불리던 미국 인텔의 몰락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반도체 제품을 설계해 직접 생산까지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다. 하지만 인텔은 7나노미터(㎚) 이하 미세 공정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체면을 구겼다. 반면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하는 미국 AMD는 TSMC에서 7나노 공정으로 CPU를 위탁 생산하며 인텔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자체 생산 라인이 없는 AMD가 TSMC에 생산을 맡겨 미세 공정 경쟁에서 인텔을 앞지르게 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MD와 같이 자체 생산 시설을 갖고 있지 않고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팹리스’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미국 중심의 팹리스와 아시아 중심의 파운드리 구도로 양분될 것으로 본다. 기술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인텔처럼 한 업체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팹리스로는 AMD를 비롯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에 특화된 미국 퀄컴,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최강자 미국 엔비디아 등이 있다.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와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크게 보면 미국과 유럽에서 반도체를 설계해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분업 구조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생태계 재편 촉발

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 반도체 분업 구조의 취약성이 이번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는 TSMC와 UMC 등 대만 파운드리에 주로 생산을 맡긴다. 이에 자국 내 변변한 생산 기반이 없는 유럽 반도체 업체들은 대만 기업이 반도체 생산을 늘려주기만 학수고대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반도체 자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독일과 EU가 역내 반도체 산업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EU의 반도체 자립 움직임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인 삼성전자는 미국 지방 정부들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직·간접적으로 총 86억 달러(약 9조 7,0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8억 55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지방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이 경쟁적으로 삼성전자에 역내 생산 시설 건립을 요청할 경우 자칫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에서 초미세 반도체를 만들 능력을 갖춘 곳은 삼성전자와 TSMC 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 건설을 결정할 경우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유일한 메모리 반도체 해외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재용 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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