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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싸우지 않은 확률은 '0.00001%'...부부는 싸워야 서로를 이해하고, 오래 산다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가 전하는 슬기로운 명절 생활

안 싸우는 부부 없어, 대화도 타이밍…분위기와 상대 기분 살펴 시도

최유나 이혼 전문 변호사는 부부의 대화, 특히 싸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사진=정혜선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있다. 가족들과 명절을 지내기 위해 이때만큼은 주머니 안의 쌈짓돈을 꺼내기 때문에 경기가 살아나 생긴 말이다. 안타깝게도 명절은 이것의 대목이기도 하다. 바로 ‘이혼’이다. 법원행정처와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통계자료에 따르면 명절 직후 이혼 건수가 명절 직전 달보다 평균 11.5%나 많았다. 명절 즈음 ‘이혼’을 키워드로 한 기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명절 하면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는 기혼자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간 이어지는 명절 연휴가 달갑지 않은 이유를 말이다. 매년 두 번씩 돌아오는 명절 때마다 스트레스에 인상을 찌푸리는 일도 지겹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피할 수 없는 명절을 슬기롭게 보낼 방법은 없는지 10년 차 이혼 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변호사를 만나 물었다.

- TV 프로그램 출연 이후 더 바빠지신 것 같은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인터뷰 요청이 늘긴 했으나 생각보다 바쁘지 않다. 제 소개를 하면 10년 차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다.”

- TV프로그램 ‘유퀴즈’에 출현한 이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을 것 같다.

“이혼 상담을 신청할 때 저를 지명하는 분들이 늘긴했다. 신기한 것은 길에서 알아보는 분들도 있더라.”

- 올해는 코로나19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돼 조금 덜 할 수 있지만, 명절만 되면 이혼이 이슈다.

“실제로 명절 직후 이혼 상담 수가 증가한다. 얼마 전 통계를 봤는데 명절 직후 합의이혼도 1.5배에서 2배 정도 증가한다고 하더라.”

- 명절 이후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공통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가사 분담이다. 명절에 집안일을 나눠서 하기를 바라지만 그게 잘 안될 때 다툼이 생기는 듯하다. 두 번째는 부부가 연휴라는 오랜만에 긴 시간을 함께 있으면서 싸움이 생기는 거 같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평소에 함께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가, 연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있으면서 평소의 불만을 토로하게 되고 이게 다툼으로 이어지더라.”

- 부부에게 있어 평소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맞나.

“맞다. 사실 평소 사이가 좋은 부부가 명절에 섭섭했다고 갑자기 이혼을 결심하지는 않는다. 명절 이후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는 평소 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누적된 것들이 명절을 계기로 터지는 것이다.”

명절 직후 이혼하면 ‘고부 갈등’이나 ‘장서 갈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을 듯 하지만, 실제로는 이로 인한 어려움을 이해해주지 않는 배우자가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이미지=최정문


- 명절에 이혼한다고 하면 대체로 ‘고부 갈등’이나 ‘장서갈등’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많은가.

“물론 고부 갈등이나 장서 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분들도 있지만 극소수다. 100명 중 한 명 정도. 부모님들과의 세대 차이 혹은 문화 차이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배우자가 이해해주지 않고, 부모와 똑같은 것을 요구할 때 이혼을 결심하더라. 결국 대부분의 원인은 배우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각자의 어려움이나 고충을 이해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 결국 부부간에도 ‘대화’가 중요하다는 말로 해석된다.

“맞다. 부부간의 있어서 무엇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대화 중에서 소소한 것들을 나누는 대화도 중요하지만 싸움의 대화를 잘해야 한다.”

- 지금 싸움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대화법에 대해서 잘 아실 것 같다.

“이혼 상담을 오래 하다 보니까 싸움이 시작되는 대화가 무엇인지는 알겠더라. 일단 싸운다는 것은 상대에게 화가 났다는 건데,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시작하는 게 부부싸움이다. “너는 이게 문제야”라는 문장 뒤에는 그래서 ‘네가 싫어’가 아니라 ‘그 부분만 보완된다면 우리가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텐데 아쉽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라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이다. 명절에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서로의 집을 다녀오면서 힘들었던 점을 하소연하듯 내뱉었는데, 공감받지 못했을 때 배우자에게 상처를 받게 되더라.”



- 부부간에도 상대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한다는 게 쉽지 않은 듯하다. 그것 또한 기술이 필요할 듯한데 어떤가.

“맞다. 한 명이 화를 냈을 때, 다른 한 명이 화를 참는다면 이혼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대화도 타이밍인 듯하다.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는 말도 화가 난 그 시점에 다 풀라는 의미가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날을 잡아서 풀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우연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비슷한 주제로 대화가 시작됐을 때, 상대방의 몸 상태, 대화 분위기 등을 고려해 속내를 꺼내놓아야 한다. 같은 이야기여도 상황에 따라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있어 이런 부분들이 중요하다.”

명절 직후 이혼은 고부 갈등이나 장서 갈등보다는 이러한 갈등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배우자가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사진=정혜선


-명절 이후 이혼 상담을 위해 찾아온 사례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이혼 상담을 주로 하는 저한테는 다 비슷한 사례라 명절이라고 해서 더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술 한잔 마시면서 섭섭한 이야기를 하다 싸움이 생기고 폭행으로 이어져 찾아오는 분들이 왕왕있다.”

- 명절 후 이혼하면 여성이 요구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남성이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듯하다.

“아직 명절 직후 이혼은 여자분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간혹 남자분들이 이혼을 요구할 때도 있는데,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장인, 장모의 비난 등의 이유가 가장 크다. 결혼은 부부가 함께 가정을 이뤄 나가는 것인데, 자네와 결혼해서 내 딸이 고생한다는 식의 말은 듣는 이에게 큰 상처가 된다. 딸을 고생시키기 싫으시면 결혼시키지 말고 데리고 사셔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상처받는데는 남자, 여자가 없다.”

- 명절 직후 이혼을 결심해 실제 이혼한 경우 만족도가 높은 편인가.

“이혼을 결정하고 저한테 와서 상담을 받고 법원까지 갈 때는 큰 결심을 하고 오는 거라 대체로 후련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다만,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이혼이 됐을 때는 미련이 남는 분들이 있더라. 그래서 대화가 중요한 듯하다.”

- 부부싸움 후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럴 때 어떤 식으로 조언해주나.

“너만 겪는 일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결혼하면 모두가 싸우는데, 그 싸움은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고 맞추기 위해 필요한 싸움이라고 알려준다. 시간이 지나면 싸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저는 안 싸우다 한 번에 크게 싸우는 것과 조금씩 자주 싸우는 것 등 싸움의 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총량은 어느 부부나 비슷하다고 본다. 오히려 싸우지 않으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매일 크게 반복적으로 싸우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럴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싸움은 필요하다.”

0.00001%확률의 천생연분을 제외하고 모든 부부는 부부싸움을 하며, 그 싸움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싸우는 시간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마련이라고 최유나 변호사는 말했다./사진=정혜선


- 이혼률이 높아지면서 결혼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라는 것은 사실 내가 계획하지 않은 책임과 의무를 떠맡게 되는 일이다. 단순히 상대방이 좋아서 결혼했더라도 새로운 가정이 생긴 만큼 그 가정 내에서 내 역할이나 책임이 부여된다. 그 역할을 해내는 데 있어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혼을 할 때는 우리에게도 갈등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해야 한다. 그래야 정말 갈등이 왔을 때는 받아들일 수 있고 잘 이겨낼 수 있다. 이 사람하고는 무조건 행복할 줄 알고 결혼했는데 왜 이러지라는 마음은 위험하다.”

-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정말 안 싸우는 부부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0.00001%의 가능성으로 정말 천생연분이면 안 싸울 수 있다(웃음). 그 외에 안 싸운다는 것은 한 쪽이 참는다는 건데, 그럼 곪게 된다. 곪으면 상처를 치유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도려내야 할 수 있다.”

- 이혼 변호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60대 어머님들 황혼이혼을 도와드릴 때 보람을 느낀다. 그 나이대 어머님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 모르고 사는 분들이 많다. 평생 주부로 살았는데 자신도 받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에 놀라시고 삶에 대해 희망을 가지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한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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