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적에 빠지지 않고 따라오는 수식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생존의 극한까지 몰린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증권사들은 말 그대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있다. ‘주식은 곧 패가망신’이라고 생각했던 개인들이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대거 ‘객장’에 등장하자 증권사들은 큰돈을 벌었다.
증권사들은 올해도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대략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낙관론을 제시했다. 지난해 거래 대금이 가장 많았던 시기인 12월은 하루 평균 약 18조 원이었는데 올해 그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올해 1월 약 27조 원까지 불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을 대하는 시선은 썩 곱지만 않다. 제공받는 기초 서비스들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콜센터·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상태 등 기본적인 데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온다. 주식 투자 커뮤니티를 보면 MTS의 잦은 중단은 물론이고 콜센터와 통화 한 번 하는 것이 ‘큰일’처럼 느껴진다는 토로가 많다. 장년층의 경우 비대면 계좌를 한 번 트려면 온종일 진땀을 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증권사들이 그간 걸어온 흔적의 누적된 결과물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43개 증권사가 한 해 동안 쓴 총판매 관리비는 지난 2016년 6조 3,000억 원에서 2019년 8조 9,000억 원으로 41% 늘었다. 하지만 이 중 전산 운용비는 4,500억 원에서 4,960억 원으로 10% 증가한 데 그쳤다. 전산비 비중은 최근까지도 줄어들었다. 임직원 수도 2016년을 정점으로 줄어 아직 당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장 지점도 꾸준하게 사라졌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서버 확충에 나섰다고 한다. 빠른 행보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동학 개미’를 겨냥한 투자 권유에 앞서 인프라에 통 큰 투자부터 하는 것이야말로 증권사들이 ‘코스피 3000’ 시대를 맞는 자세일 것이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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