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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쿠팡의 선택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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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 회사인 보잉의 본사는 시카고에 있고, 공장은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설립준거법으로 해 설립됐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회사법이 50개나 있지만 S&P 500대 기업 60% 이상이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선택했다. 가장 친기업적이기 때문이다. 설립준거법·본사·사업장·공장 소재지는 각각 달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지난주 쿠팡의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이 장안의 화제가 됐다. 한국에는 차등의결제도가 없기 때문에 미국으로 간다고도 한다. 경제부총리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은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맞나 보자.

우선, 한국 유니콘 기업의 쾌거인가? 한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쿠팡㈜’은 한국법원 관할 등기소에 설립등기된 한국 회사다. 이 회사는 비상장회사라서 한국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고, 상법 중에서도 상장회사 특례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주주가 단 1인뿐인 1인 회사인데 그 1인 주주가 바로 델라웨어주법에 따라 설립된 미국 회사 ‘쿠팡LLC’다. 쿠팡LLC가 쿠팡㈜의 완전 모회사이다. 한국에서는 1인 회사에 대해서는 상법의 많은 주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주주가 1인밖에 없어 다른 주주 보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1인 주주인 쿠팡LLC가 완전 자회사인 한국 쿠팡㈜ 임원을 선임해 한국에 파견한다.



결국 쿠팡은 장사만 한국에서 할 뿐이고 본질은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라는 것이다. 이 쿠팡LLC를 ‘쿠팡INC’로 개명해 미국에 상장한다. 쿠팡INC의 최대 주주는 한국계 미국인 김 모 씨로 추정된다.

따라서 사건의 본질은 모회사를 상장해 ‘델라웨어주법의 적용을 받고, 한국 자회사는 한국에 상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 문제는 핵심이 아니다. 왜 한국에서 장사할 거면서 굳이 모회사를 미국에 상장하는가. 대규모의 자본조달에 있어 미국 증권시장이 한국 시장보다 유리한 것이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델라웨어주법이 기업에 편하기 때문인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델라웨어주에서는 회사 설립이 팩스 한 장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세금만 내면 정부 간섭도 거의 없다. 이사회 운영, 주주총회, 주식발행, 사채발행, 이익배당 등 아무 간섭이 없다. 지긋지긋한 기업 규제 3법, 감사 선임시 3%룰,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이익공유, 국민연금 등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델라웨어주보다 더 멋진 곳도 많다. 카리브 연안의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바하마, 버뮤다 등이 한국 기업에 손짓하고 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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