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주요 기업 대표들을 출석시켜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었지만 ‘알맹이’ 없이 기업 망신주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산업재해와 관련 기업 예방책을 강구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여야 모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 날 선 비판만을 쏟아내는 ‘면박용’ 청문회가 됐다는 지적이다.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이 해당 청문회 개최를 주도한 가운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밀어붙인 여당과 이에 편승한 야당이 ‘입법 당위성’을 갖기 위해 청문회 형식을 빌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동 표심을 얻기 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문회에는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정감사를 제외하고 임시국회에서 대기업 대표가 대거 국회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여야는 기업 망신주기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지만 질의가 시작되자 상황은 돌변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겸 회장에게 “(근로자들에게) 정중히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장님의 지난 3년은 실패한 3년이라고 평가할 것 같다”고 몰아세웠다. 최 회장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죄송하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겠다”고 사과했다. 통역을 통해 질의응답을 해야 했던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 대표에게 임종성 민주당 의원는 “한국 대표는 한국어도 해야 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CEO들을 몰아세웠지만 답변 시간조차 내주지 않았다. 사과를 요구하며 호통치기를 반복하면서도 산재 예방을 위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질의는 소극적이었다. 그나마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한영석 현대중공업 회장에게 ‘산재 대책을 세우고 있느냐’는 질의를 했고 한 회장은 “불안전한 작업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작업 표준을 바꾸고,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을 정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답변을 마쳤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