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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대검의 줄다리기 시작...'사건 이첩' 기준 어떻게 잡나

공수처법 24조가 말하는 사건이첩권 실무협의

수사 다하고 넘기느냐, 입건 단계에서 넘기느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면담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대검찰청이 공수처의 사건 이첩권에 대한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아직 서로에게 법리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시하기 전 단계지만, 한쪽은 권한을 받아내고 한쪽은 내줘야 하는 입장이라서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와 대검은 검찰이 공수처에 고위공직자 연루 사건을 통보·이첩하는 기준에 대해 실무적인 협의에 최근 들어갔다.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고위공직자 연루 사건을 이첩 받을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이 있다. 그런데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고위공직자 연루 사건이 있음을 ‘통보’ 받지 못하면 당연히 이첩도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통보’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수처법 24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검찰·경찰)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여기서 ‘인지’라는 법률적 용어에 공수처와 대검은 집중하고 있다.

‘인지’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지를 해서 통보하는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수처와 대검 둘 다 공식 입장은 내고 있지 않지만, 대검과 공수처 등 법조계를 취재한 결과 혐의의 ‘인지’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수사를 마쳐야 이첩 가능…경찰 송치와 비슷한 개념”


첫 번째 시각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있음을 발견해야지만 혐의의 인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없는 혐의를 어떻게 인지할 수 있느냐는 논리적 차원의 지적이다.

이는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경찰의 사건 송치 개념과 비슷하다. 형사소송법 245조의5는 “경찰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즉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고 규정한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지는 수사를 해야만 알 수 있으니, 결국 송치를 하려면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통보·이첩이란 혐의가 있음을 인지해야만 가능한 것이라면, 혐의의 확인 과정인 수사가 완료돼야 한다는 셈이다. 검찰이 그동안 수사를 통해 혐의를 확인하고 기소를 했던 절차가 이제는 대신 공수처에 통보·이첩을 해야 하는 절차로 바뀌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공수처법은 형사소송법의 특별법 성격이기에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혐의의 발견 및 인지의 기준에 맞춰 사건 통보·이첩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검은 (이같은 형식으로) 공수처 사건이첩권 논의를 접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고위공직자 범죄 사건 기소권을 공수처에 넘겨주되 수사 권한은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는 그림이어서다.

“사건번호 붙으면 바로 통보하는 게 공수처법 취지”




두 번째 시각은 앞선 주장과 정반대다. 두 번째 시각의 요지는 수사 초기에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피의자를 입건하면 곧바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건이란 검찰이 피의자의 기본적인 범죄사실을 적시하고 그에 대한 사건번호를 부여하는 절차다.

한 검사 출신 형사소송법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사는 범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증거를 확보해 가는 과정으로, 이는 ‘실질적인 혐의의 발견’ 과정이다. 그러나 공수처로의 통보·이첩 행위는 ‘실질적’인 것이 아닌 ‘형식적 처분’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 이첩을 통해 공수처가 ‘실질적 혐의의 발견' 과정을 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형식적 처분을 하는 시점은 명확히 딱 떨어져야 한다. 따라서 공수처 사건 통보·이첩은 사건번호를 부여해 피의자를 정식 입건하는 명확한 기준에 의해 하는 것이 맞다.”

수사를 통한 실질적 범죄 혐의의 발견은 시점이 명확하지 않고 주관적이다. 특정 증거들을 발견해 기소에 이르게 되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법원에서 다퉈야 할 주관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관적 과정을 거치기 전 단계인 ‘입건’을 통보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역으로 보면 첫째 시각은 수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공수처에 통보 및 이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혐의를 수사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이러한 둘째 시각으로 이첩 기준을 주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수처로서는 수많은 사건을 사건번호만 붙으면 전부 다 통보·이첩 받는 것도 작은 조직 규모 때문에 부담이다. 따라서 마냥 이런 주장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본격 협의 앞두고 긴장감...‘1호 사건’ 5월까지 미뤄지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예방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한 채 차량에 탑승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과천=오승현기자


지난 8일 김진욱 공수처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예방하면서 사건이첩권에 대해서는 원론적 얘기만 나눴다고 했다. 김 처장은 “(사건 이첩 기준은) 구체적으로 얘기 나누지 않았고, 우리나라 반부패수사 역량이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첩 기준에 대해 원론적 말씀을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대검과 공수처는 공수처가 검사 채용을 마무리하는 대로 이첩 기준에 대한 더 본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과 공수처의 법리 토론은 뜨거워질 수 있다. 협의 과정에 대해 아는 관계자는 “이첩 기준 협의는 공수처와 대검 둘 다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기관이 타협점을 쉽게 찾지 못하고 협의가 길어지면 공수처의 ‘1호 사건’ 수사는 5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 현재 공수처는 검사 채용 면접 절차를 진행 중이고, 김 처장은 면접이 적어도 “몇 주는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열려 200여명의 검사 지원자들을 심의하고 채용을 최종 의결하는 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 대검과 경찰청 등 타 수사기관과 이첩 기준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생각하면 5월이 돼서야 수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 1월 인사청문회 때 “수사를 할 수 있으려면 두어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해 3월께 1호 사건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처음 전망됐다. 이후 검사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아 절차가 지연될 것으로 보여 김 처장은 “4월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가 이후에는 “수사를 위해 속도를 내기보다는 기반을 탄탄히 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1호 사건 수사 ‘데드라인’을 철회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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