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두고 25일 부산에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 부전역과 가덕도 인근 해상, 부산신항을 차례로 방문해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를 받고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문제점을 거론한 국토교통부의 변창흠 장관을 데리고 다니며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신공항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변 장관은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한 것처럼 비쳐 송구하다”고 했다. 이에 4월 7일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문제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경제성·안전성·절차·환경 측면에서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은 부산시가 7조 5,000억 원으로 잡았지만 국토교통부 추산에 따르면 국제선 외에 국내선, 군 시설을 포함할 경우 4배가 넘는 28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과거 정권의 4대강 사업(22조 원)보다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 수 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할 수 있게 했다. 게다가 해당 지역은 수심이 최대 21m에 이르기 때문에 매립해도 지반이 가라앉을 수 있는 등 안전성이 매우 취약하다. 2011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 평가’에서 기준 점수 미달 판정을 받은 것은 이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법무부 등 관련 부처의 실무자들이 한목소리로 이 특별법에 반대하고 있다. 문제를 알면서도 법안에 찬성하면 직무 유기, 성실 의무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이런데도 여권 지도부는 ‘묻지 마 입법’을 밀어붙여 표부터 얻으려 한다. 누구도 이 특별법이 선거용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공직선거법 9조 1항은 “공무원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했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 대부분이 반대하고 상식과 법에 어긋나는데도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독려한 것은 명백한 선거 중립 위반이다. 대통령이 이러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나는 장관으로 일하지만 국회의원으로서 당론을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궤변을 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논설위원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