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3
prev
next
“어젯밤 긴장에 잠을 설쳤습니다. 1년 간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가족과 면회 한 번 못했는데 집단 면역이 형성돼 마음껏 자녀들과 면회했으면 합니다”(김정옥 노아재활요양원장, 서울시 도봉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403일 만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 1,915곳 보건소, 요양병원 등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접종 대상자는 요양병원·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원, 입소자, 종사자 등이다. 25일 기준 접종에 동의한 사람은 93.7%인 28만9,480명이다.
입장→퇴실까지 30여 분 소요…예진표 작성 중요
26일 오전 9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을 앞둔 서울시 도봉구 노아재활요양원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접종 대상사들은 요양원 4층 데스크에서 접종 대상자 명단을 확인 후 체온을 측정하고 접종실로 향했다. 접종실에는 직원들이 방호복과 마스크를 장착하고 대기하며 방문자들에게 접종 관련 내용을 안내했다. 8시 59분께 이 요양원 첫 접종자인 김정옥 씨가 입장했다. 김씨는 신분증을 제출하고 접수 후 예진표를 작성했다. 접종실 밖에는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20~70대 여성 10여 명이 접종을 대기하고 있었다. 도봉구 소속 예진 업무를 담당하는 의사 박선희 씨에 따르면 이날 이 병원 접종 대상자는 60명이다. 박 씨는 “접종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알레르기 반응이고 다른 사례는 모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며 “금기 사항에 해당되는 분은 꼼꼼히 예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접종은 9시 2분께 시작됐다. 의료진은 백신 보관함에서 유리병에 담긴 백신을 꺼내 입구를 소독한 후 주사기에 삽입하고 다시 보관함에 넣었다. 접종 시간은 7~8초. 접종 후에는 2분 정도 소독 솜으로 눌러줘야 한다. 접종실은 접수-예진-접종-이상반응 관찰실이 있으며 접종자는 접종 후 이상반응 관찰실에서 15~20분 간 경과를 지켜보고 이상이 없을 시 퇴장한다. 접종자는 귀가 후에도 3시간 가량 관찰해야 하며 3일 후에도 열이 있거나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접종자 “울렁거림 있으나 15분 지나니 좋아져”
이 곳에서 첫 접종한 김씨는 “독감 백신 접종할 때는 약간 미열이나 울렁거림이 있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접종 직후 울렁거림을 호소했으나 혈압 등을 체크했을 때 이상반응은 없었다. 김씨는 “접종 후 15분 정도 기다리니 울렁거림은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김씨에게 8주 후인 4월 23일 2차 접종을 위해 내원할 것을 안내했다. 이후 9시 23분께 두 번째 접종자, 25분께 세 번째 접종자가 입장했다.
의료진들은 관찰실의 접종자를 관찰하며 관리했다. 김씨의 접종은 9시32분께 완료됐다. 김상준 도봉구 보건소장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첫 방법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라며 “접종 대상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도봉구의 1차 접종자는 3,167명으로 65세 미만 입소자 중 가동 불편한 분들은 방문해서 접종해 하루 100명 정도 접종을 진행하도록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당국은 당초 오전 9시 전국에서 동시 접종을 실시하기로 계획하며 ‘1호 접종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 보건소에서 9시 이전에 접종이 시작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화이자 백신도 곧 도착…27일 국립중앙의료원부터 접종 시작
한편 내일은 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화이자 백신 초도물량 5만8,500명분은 26일 낮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며 간단한 통관 절차를 거친 뒤 경기 평택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곧장 중앙 및 권역예방접종센터 5개소로 배송된다. 이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접종 대상자는 국립중앙의료원 종사자 199명과 수도권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101명 등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 300명이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