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이르면 다음 달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일본의 중요성을 보여주면서 중국에 경고하는 의미인데 최근 지지율이 바닥권인 스가 총리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 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현재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최종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회담이 늦봄으로 미뤄질 수 있다.
스가 총리가 백악관을 방문하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외국 정상과의 대면 정상회담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달 2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지난 1일에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모두 화상으로 진행했다. 악시오스는 “스가 총리의 초대가 중요한 것은 이것이 동맹과 중국을 포함한 잠재적 적국들에 미일 동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태평양 지역에서의 핵심 축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대중 전선에서 일본을 중시한다. 양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의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통해서도 밀착하고 있다. 쿼드 회원국 간 정상회담도 이달 중 화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백악관을 찾은 첫 외국 정상이 최대 동맹인 영국의 테리사 메이 전 총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장남의 ‘접대 스캔들’과 도쿄 올림픽 관객 문제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스가 총리 개인에게 정치적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5~7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스가 총리는 3%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1위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26%)이었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19%,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17%로 뒤를 이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9%의 지지를 받았다. 악시오스는 “스가 총리가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바이든과 스가의 첫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박성규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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