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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린치핀





“한미 동맹은 한국·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 안보의 린치핀이다.” 2010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던진 이 말에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미일 동맹을 상징했던 ‘린치핀(linchpin)’을 한미 동맹에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린치핀은 본래 마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고정하는 핀으로 이를 빼버리면 마차 전체가 무너진다. 그런 뜻으로 미국은 1970년대 이후 한결같이 일본을 린치핀으로 불러왔다. 그런데 일본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가 2009년 총리에 오른 후 미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장하는 등 미일 동맹을 흔드는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오바마의 발언이 불쑥 나온 것이다.

린치핀 호칭을 빼앗긴 일본은 2012년 12월 16일에야 본래의 위상을 되찾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총리 취임을 앞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미일 동맹을 ‘코너스톤(초석)’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사흘 뒤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린치핀 용어를 썼다. 이후 한미 동맹은 린치핀, 미일 동맹은 코너스톤으로 굳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린치핀 발언을 극히 꺼리다가 2019년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새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용도로 린치핀을 사용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국을 린치핀, 일본을 코너스톤으로 규정하면서 동맹 복원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한미 동맹을 린치핀에 비유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8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을 반기며 “동북아에서 한미 동맹이 평화와 안보, 안정에 린치핀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백악관의 첫 손님으로 초청하는 등 일본 중시 기류를 보이고 있다. 한미 간 갈등 요소였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로 한미 동맹 관계가 한고비를 넘긴 만큼 이제는 동맹 업그레이드에 더욱 힘을 쏟을 때다. 민주주의·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동맹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고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사거리 확장 등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문성진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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