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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칼럼] 야당, 반(反)포퓰리즘 선봉에 서야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소주성·탈원전 등 밀어붙인 文정부

가덕도 신공항도 절차 무시한채 강행

전형적 매표정책에도 野 목소리 못내

눈치 급급하다간 보수·중도 다 놓칠것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포퓰리즘은 학계에서조차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용어로 오랫동안 여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많은 경우 포퓰리즘은 우익이나 좌익으로 구별되는 이념과 결합해 존재하며 국민으로 대변되는 대중이 주가 돼 엘리트라고 불리는 소수에 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反) 엘리트주의와도 일맥상통한다.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견해를 무시한다는 측면에서 반다원주의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포퓰리즘에서 말하는 국민이나 대중이 실제로 사회를 대변하는 다수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이비 포퓰리즘의 경우 권력을 가진 소수의 집단이 자신이 국민 전체를 대변한다고 믿고 자신들이 가진 정치철학을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 아래 강제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벌어지는 많은 정책은 이러한 포퓰리스트적 특성을 보여준다. 소득 주도 성장론, 탈원전 정책, 대북 유화정책, 친중 반미 외교정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등이 국민이 원한다는 이유로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을 통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광화문만 봐도 그렇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 시민이 원한다는 믿기 힘든 여론조사를 근거로 제대로 된 교통 대비책 없이 차로 폐쇄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정책들이 정말 국민이 원하는 것일까. 선거에 이겼다는 논리 하나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거나 침묵을 지킨 대중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 다원주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포퓰리스트들에게 중도란 없다. 오로지 내 편 아니면 네 편만 있을 뿐이다. 사이비 포퓰리스트들에게 국민이란 자신들을 지지하는 내 편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포퓰리스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선거 패배로 권력을 잃는 것이다. 선거에 진다는 것은 자신들이 곧 국민이라는 대전제가 깨지는 것이고 국민이 원해서 했다는 모든 정책은 다 거짓이었음이 밝혀지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모든 것을 건다. 이를 이해하면 지금 정부와 여당이 벌이는 무리수들이 전부 이해가 된다.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기를 쓰고 막고 검찰 권한을 빼앗아 결국 검찰총장을 사퇴하게 만든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특별법을 만들어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지난 선거에서 큰 재미를 본 재난지원금으로 포장한 현금 살포 정책도 거리낌 없이 진행한다. 그들에게 장기적 안목은 사치다. 세계 최저 출산율이나 국민연금 고갈 등 본질적인 문제는 안중에도 없다.



가덕도신공항은 지난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의 항공 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의 제반 요소를 고려한 평가 결과에서 김해·밀양에 이어 3위였던 곳이다. 대통령의 가슴이 뛴다는 가덕도 ‘선언’ 전까지 대부분 부처가 반대했던 정책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성·시공성·경제성 등 여러 항목에서 가덕도신공항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환경부도 가덕도가 가진 환경적 가치를 이유로 반대했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심지어 부산 지역 유권자들도 가덕도 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54%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특별법 통과로 수십조 원이 들지도 모르는 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게 됐다.

전형적인 매표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정당은 당선 가능성이 없는 정의당뿐이다. 야당도 가덕도신공항이니 보편적 재난지원금이니 하는 퍼 주기 정책에 찬성한다. 표가 무서워서다. 부동산 정책 실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확실히 우세하지 않다. 정책 선점이나 이슈 창출에 실패한 현실에 안주하는 지금의 야당이 가져온 결과다. 반대할 것에 확실히 반대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지금의 야당으로는 보수와 중도를 다 잡기는커녕 둘 다 놓칠 수 있다.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돈으로 표를 사려는 여당의 정책에 확실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반포퓰리즘의 선봉에 서는 정당이야말로 우리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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