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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실수는 나중에 고쳐라" 아마존의 역발상

■순서 파괴

콜린 브라이어·빌 카 지음, 다산북스 펴냄





세계에서 가장 큰 혁신기업으로 불리는 아마존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이는 많지만 그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은 제각각이다. 그나마 대개의 경우는 단편적 이야기만 제시할 뿐이다.

신간 ‘순서 파괴’는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의 최측근으로 아마존 본사에서 10년 이상 몸담았던 콜린 브라이어와 빌 카가 내부에서 체화한 아마존의 성공 원칙을 풀어낸 책이다. 브라이어는 ‘제프의 그림자’로 불리는 아마존의 최고 참모직을, 카는 디지털미디어 부문 부사장을 각각 맡았던 인물이다. 했다.

저자들은 책의 전반부에서 아마존이 택해 온 원칙들을 설명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의 영어 원제목이기도 한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s·순서 파괴)’ 프로세스다. 개발자 관점에서 일하는 프로세스를 ‘워킹 포워드(Working Forward)’라고 한다면, 일의 순서를 파괴하는 워킹 백워드는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베이조스 본인이 “내가 떠나도 ‘순서 파괴’를 계속하는 한 아마존은 영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아마존 경영 전략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준비를 완료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쓰고 회사 내부의 심사를 거친다. 보도자료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지, 그 특징과 기능을 언론과 고객에게 설명하는 창구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 측은 고객이 더 필요로 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저자들은 “보도자료가 기존 제품들보다 더 의미 있는 기술이나 개선된 고객 경험을 묘사하지 못한다면 그런 제품은 개발할 가치가 없다”고 일갈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그는 창업 이후 맡아 왔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지난달 전격 물러났다. 그는 아마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다. /AFP연합뉴스


저자들은 또 아마존이 토론 과정에서 파워포인트 대신 내러티브 중심의 글로 된 보고서를 이용하며, 팀 간 의사소통까지 제거할 정도로 협업 대신 분리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후반부는 아마존이 이 같은 경영 전략을 실전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아마존 프라임’, ‘프라임비디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의 성공 과정 뿐 아니라 출시 1년 남짓 만에 시장에서 철수한 ‘파이어폰’ 등 실패 사례도 언급하면서 두 저자는 소수의 ‘대박’이 실패로 끝난 무수한 실험을 보상하고도 남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은 ‘순서 파괴’ 과정을 통해 작업량이 줄지는 않겠지만 실패 확률은 극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접근 방식만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존의 의사결정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변화를 일으켜 볼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1만9,800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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