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혁신기업으로 불리는 아마존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이는 많지만 그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은 제각각이다. 그나마 대개의 경우는 단편적 이야기만 제시할 뿐이다.
신간 ‘순서 파괴’는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의 최측근으로 아마존 본사에서 10년 이상 몸담았던 콜린 브라이어와 빌 카가 내부에서 체화한 아마존의 성공 원칙을 풀어낸 책이다. 브라이어는 ‘제프의 그림자’로 불리는 아마존의 최고 참모직을, 카는 디지털미디어 부문 부사장을 각각 맡았던 인물이다. 했다.
저자들은 책의 전반부에서 아마존이 택해 온 원칙들을 설명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의 영어 원제목이기도 한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s·순서 파괴)’ 프로세스다. 개발자 관점에서 일하는 프로세스를 ‘워킹 포워드(Working Forward)’라고 한다면, 일의 순서를 파괴하는 워킹 백워드는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베이조스 본인이 “내가 떠나도 ‘순서 파괴’를 계속하는 한 아마존은 영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아마존 경영 전략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다.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 출시 준비를 완료한 것처럼 ‘보도자료’를 쓰고 회사 내부의 심사를 거친다. 보도자료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지, 그 특징과 기능을 언론과 고객에게 설명하는 창구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 측은 고객이 더 필요로 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저자들은 “보도자료가 기존 제품들보다 더 의미 있는 기술이나 개선된 고객 경험을 묘사하지 못한다면 그런 제품은 개발할 가치가 없다”고 일갈한다.
저자들은 또 아마존이 토론 과정에서 파워포인트 대신 내러티브 중심의 글로 된 보고서를 이용하며, 팀 간 의사소통까지 제거할 정도로 협업 대신 분리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후반부는 아마존이 이 같은 경영 전략을 실전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아마존 프라임’, ‘프라임비디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의 성공 과정 뿐 아니라 출시 1년 남짓 만에 시장에서 철수한 ‘파이어폰’ 등 실패 사례도 언급하면서 두 저자는 소수의 ‘대박’이 실패로 끝난 무수한 실험을 보상하고도 남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은 ‘순서 파괴’ 과정을 통해 작업량이 줄지는 않겠지만 실패 확률은 극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접근 방식만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존의 의사결정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변화를 일으켜 볼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1만9,800원.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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