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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무엇이 더 문제인가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기업 안 믿는 정부, 규제만 남발

전국민 분노케한 'LH 사태' 역시

택지개발 공공부문에만 맡긴 탓

시장원리 무시한 경제정책은 필패

정부는 '보완자'의 역할만 맡아야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현 정부 경제정책에는 시장에 대한 불신이 바닥에 깔려 있다. 정부 출범 초 제시된 ‘소득 주도 성장’ 전략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주장한 근로자 중심의 ‘임금 주도 성장’에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한 개념이다. 이들의 특징은 정부 개입으로 취약 계층의 임금과 소득을 올리고 이로 인한 소비 증가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당시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약속했고 2018년 7월에는 주당 근로시간을 기존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러한 조치는 정부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시장에서 취약 계층의 고용 기회를 줄였고 그 결과 소득분배는 더욱 악화됐다. 2020년 4분기 통계청 ‘가계 동향 조사’에 의하면 소득 하위 20%의 근로소득은 13.2%나 줄어 소득분배는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나빠졌다.

현 정부의 시장 불신 경향은 기업 규제 조치 남발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정 경제 3법’이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에는 반대할 사람이 없으나 문제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근간을 무시하는 것이고 다중대표소송제 요건 완화 등의 조치는 안정적인 기업 경영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 당국의 시장에 대한 불신은 부동산 정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부의 특수목적고등학교 폐지 정책으로 촉발된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에 재건축 규제 강화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등 공급을 줄이고 가수요를 유발하는 반(反)시장적 정책으로 대응함으로써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다음으로 내놓은 정책이 전월세 기간과 가격을 규제하는 ‘임대차 3법’이었다. 이 역시 ‘전세 파동’을 일으켜 정작 정부가 보호하려는 청년이나 서민층의 살림을 더 어렵게 했다.



추가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대폭 인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는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로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조세 행정의 상식을 무시하고 강행함으로써 많은 주택 보유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건 역시 택지 개발을 모두 공공 부문에 의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 실패’의 한 유형이다.

경제에서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원칙은 지난 수 세기 동안의 경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시장경제는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됐고 이로 인해 인류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 중 어느 것이 더 문제인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장 실패를 복지 정책 등으로 보완하면서 경제는 가급적 경제 원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양 진영의 묵시적 합의 사항이다.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북유럽 국가들도 ‘큰 정부’로 사회 안전망을 확실히 구축하면서도 경제는 시장 원리에 맡겨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는 전통을 유지함으로써 성장과 형평을 모두 이룰 수 있었다. 또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은 평생 노동운동을 한 확실한 좌파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집권 후에는 경제를 철저히 시장에 맡기는 정책을 추진해 얻은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한국 최초의 진보 정권인 김대중 정부 역시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 조치로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국과 베트남이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 개방정책을 추구해 성공을 거둔 사실 역시 경제정책의 기본은 시장 원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입증한다.

우리나라는 수출 산업의 급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한국의 경제적 미래 역시 수출 산업의 국제 경쟁력 유무에 달려 있다. 시장에 대한 불신에 기반한 경제정책은 국가적으로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올바른 역사 인식에 기초한 정책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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