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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만으론 기업들 脫탄소 속도 못 내"…정부, 당근책으로 '연착륙' 유도

[탄소중립 R&D 비용 67% 지원한다…한숨돌린 기업들]

포스코 전체 설비 교체에 30년치 영업이익 들어

"조단위 투자 비용, 대기업도 감당 쉽잖아" 공감

산업부, 세제 지원 담은 특별법 연내 도입 방침도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탄소 중립’ 이행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철강 업계와 만난 자리에서 업계는 정부의 보다 과감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는 포스코가 고로(용광로) 1기를 오는 2050년까지 탈탄소 설비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5조 9,000억 원에 달한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밀었다. 포스코의 연간 영업이익 대부분을 30여 년간 쏟아부어야 전체 설비(9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 청구서는 분기 1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포스코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정부의 지원을 애타게 바라는 것은 철강 업계만이 아니다. 정유화학과 시멘트·전자전기 분야 주요 대기업들 역시 산업부와의 간담회에서 탄소 중립 이행에 따른 부담을 토로했다. 탄소 다(多)배출 업종에 주요 대기업이 몰려 있는 터라 이들 업체가 변하지 않으면 산업 분야의 탄소 중립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산업부가 탄소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R&D)비용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탄소 중립에 따른 비용을 업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며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라며 떠밀기보다는 지원을 통해 북돋아주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변화 없이는 탄소중립 요원하지만...기업 혼자 감당 어려워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산업계는 관련 기술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이 거론되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데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활용을 위해 저장소를 확보하고 관련 기술력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만 40조 원에 달하고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200조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은 물론 자금 사정이 비교적 넉넉한 대기업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산업계의 공정 전환이 늦어지면 탄소 중립 달성 시기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7억 2,760만 톤)에서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6%(2억 6,160만 톤)로 발전 부문(37%) 다음으로 크다. 특히 산업 부문 내에서도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포스코(8,148만 톤)와 현대제철(2,224만 톤) 등 상위 5개 대기업이 배출한 탄소 규모는 주요 500대 기업 배출량의 28.1%에 달한다. 산업 부문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동참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에 재정 당국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세금이나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등 떠밀기식으로 산업계의 변화를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 단위의 비용을 투입해도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기술 개발에 나서느니 과징금을 내는 쪽을 선택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 위주인 발전 부문과 달리 산업 부문은 민간 사업자가 대부분이어서 법적으로 강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제재 수위를 무작정 높이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선진국에 비해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산업구조를 고려하면 무리한 탄소 중립 추진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지난해 기준 28.4%로 유럽연합(EU·16.4%), 미국(11%)보다 최대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며 철강과 석유화학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의 비중 역시 8.4%로 독일(5.6%), 일본(5.8%) 등 주요국보다 높다. 이에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디스플레이 등 5대 업종 협회는 급진적 탄소 중립 추진 시 제조업 생산은 최대 44% 감소하고 일자리 역시 최소 86만 개에서 최대 13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채찍 대신 당근 든 산업부

산업부가 산업기술혁신사업 민관 분담 비중을 조절해 대기업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탄소 감축을 추진하고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제도 개정 이후 대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현행 수십억 원 수준에서 20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기술혁신사업 선정이 일회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제 지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또 업종별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R&D 지원 외에 자금·세제 지원 방안을 담은 ‘탄소중립특별법’을 연내 도입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처럼 목표 달성 시 당근을 주는 방안이 주로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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