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 계산 시 대주(주식 대여) 금액은 50%만 반영하기로 했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금융위원장이 신용공여 종류별로 계산 방식을 따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신용공여 규모를 계산할 때 신용융자와 대주 취급 금액을 단순 합산해왔지만, 앞으론 금융위원장이 결정하는 방식으로 금액을 따로 계산하게 된다.
신용융자와 대주를 포함한 신용공여 한도는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다. 새 계산방식에 따르면 대주 규모는 절반가량만 인식된다.
이같은 조치는 '빚투'(빚내서 투자)를 위한 신용융자 규모만으로도 여러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 여력이 이미 소진된 상황이라 개인들이 공매도를 위해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리는 일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3월 대형주 중심의 공매도를 재개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를 허용하기 위해 그간 제한적으로만 운영되어온 증권사의 대주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대주 활성화 방안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가 꽉 찬 탓에 개인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 대여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대주 금액이 늘어날 경우 그만큼 신용융자 한도가 깎이기 때문에 수익 및 수요 측면에서 유리한 신용융자를 포기하고 대주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 공매도 확대로 신용융자를 못 받게 되는 개인 투자자들이 생기거나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증권사들이 신용한도 규제에 막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신용공여 계산 방식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주에 사용되는 금액을 반만 인식하면 증권사의 전체 신용공여 규모가 이전보다 확대돼 자본안정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신용융자는 통상 주가가 하락할 때, 공매도를 위한 개인 대주는 주가 상승 시 손실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위험 분산 효과를 반영한 계산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시 개인 대주 상환기간은 종전처럼 60일을 유지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경우 60일간만 대여할 수 있어 외국인·기관이 활용하는 대차 시장에 비해 상환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연장 여부를 검토했으나 상환 기간을 추가 부여하면 '물량 잠김'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 종전 기간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상환 기간을 늘릴 경우 그 기간에 다른 개인 투자자는 해당 주식을 빌릴 수 없게 된다"며 "일단 공매도를 재개해 수요를 확인한 뒤 물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면 상환 기간 연장 여부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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