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으로 인해 서구사회 전반에 퍼진 반(反)아시아계 정서 및 증오범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유럽과 호주 등에서 일상 속 증오범죄를 겪은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영국 런던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9월 인종 또는 종교를 이유로 동아시아계에 가해진 증오범죄는 22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작년 동기(113건)보다 95% 증가한 수치이며 2018년(105건)에 견줘선 2배 이상 늘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작년 6월 영국 내 소수인종 1,27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중국계 3분의 1 이상이 인종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중국계 호주인 1,04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37%가 최근 1년 사이 중국계라는 이유로 차별적이거나 비우호적인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모욕적인 이름으로 불린 적 있다는 응답자는 31%였고 물리적 공격이나 위협을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8%였다.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재작년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국민 2.9%가 증오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재작년 파리에서만 이틀에 한 번꼴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발생했다는 시민단체 추산이 나왔다.
다만 코로나19가 반아시아계 증오범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맞다. CNN은 "일부 서구 정치인은 지난해 코로나19와 중국의 연관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반중국 발언을 늘려왔다"면서 "이런 상황에 동아시아계와 남동아시아계가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한다"라고 보도했다.
아시아계가 털어놓는 경험들은 서구권에서 증오범죄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서 유학 중인 싱가포르인 케이 렁은 길에서 꽃을 사달라는 상인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일들은 2016년 런던에 유학 온 이후 늘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중국계 미국인 토마스 시우는 작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증오범죄를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3월 남성 2명이 코로나19와 관련한 모욕적 언사를 퍼붓자 소리치며 맞받았다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당했다. 시우는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인종차별이 항상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중국계 펑왕은 지난 2월 동네에서 달리기를 하던 중 자신에게 '중국 바이러스' 등 인종적인 모욕을 가한 남성 4명에게 항의를 했다가 폭행당했다고 CNN에 밝혔다. 그는 "가해자들이 나를 동물처럼 대했는데 그들이 한 짓은 문명이 아니며 오늘날 사회에서 벌어져서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