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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유행어냐’...“사실무근”에 우왕좌왕하는 동학개미

'풍문 해명' 올 33건…작년엔 14건

양수·양도 18건-사업협력 8건 順

산업 격변기 속 증시 유동성도 풍부

개인들 추격매수 후 발묶이기 일쑤

"누가 뜬소문 퍼뜨리나" 불만 팽배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소문에 주가가 급등하고 기업의 ‘사실무근’ 해명 공시에 주가가 요동치는 사례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기업 간 제휴가 비밀리에 타진되는 경우가 많아 한번 풍문에 휘말리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심리로 불씨가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하는 ‘산업 격변기’ 속 증시의 유동성마저 풍부해 호재를 노리고 추격 매수했다가 꼭지에서 발이 묶이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누군가 뜬소문을 만들어내는 것 아니냐’는 개인 투자자의 불평도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올해 연초부터 이날까지의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는 모두 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건)보다 13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8건이 사업의 양수·양도, 8건이 사업 협력과 관련된 해명성 공시였다. 이날에도 KG그룹이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자문사로 선정해 KG ETS(151860) 매각을 추진한다는 보도에 대해 “매각 가능성을 타진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 공시가 올라왔다.

최근 기업 간 합종연횡의 필요성이 급증하면서 각종 루머에 따른 주식시장의 혼란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앞서 애플이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애플카’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대차(005380)그룹과 애플의 협력설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었다. 지난 1월 8일 개장 직전 현대차그룹이 애플의 애플카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소식에 현대차는 육중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19% 넘게 급등했다. 이후 기아와 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인공은 기아로 변경돼 질주를 이어갔다. 현대차그룹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2월 8일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는다”고 애플을 직접 호명하면서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이 전용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의 힘을 빌려 전기차를 생산해야 했던 상황”이라며 “애플의 신비주의 효과가 더해지면서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설에 힘이 실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주은행(006220)의 네이버 피인수설’이 나왔을 때도 핀테크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인 네이버가 시중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금융 업계 전반으로 보폭을 넓힌다는 해석이 나왔다.



‘협력·인수설→주가 급등→사실무근 해명→주가 급락’이라는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꼭지에서 매수한 ‘동학 개미’는 패닉에 빠졌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협력설이 제기된 기간(1월 8일~2월 5일) 개인 투자자는 현대모비스(012330)·현대차·기아를 각각 9,724억 원, 9,157억 원, 7,988억 원 사들였다. 이는 개인 순매수 4~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밖에 제주은행과 대우건설(047040)이 지분 매각설로 시장이 시끄러웠을 당시에도 동학 개미는 이들 종목에 대해 ‘사자’세를 나타냈다. 한 개인 투자자는 “호재 하나만 보고 주식을 덥석 무는 개인들도 올바른 투자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매번 같은 유형의 ‘사실무근’ 해프닝이 반복되니 기관이나 특정 세력이 장난질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기업의 해명에도 혼란의 불씨는 완전히 제거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체로 기업 간 협업 계약에 ‘비밀유지조항’이 달리고 매각 추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거래가 무산될 수 있어 당사자들은 소문에 대해 부인하는 경우가 숱하다. 실제 이날 차 부품 업체 만도(204320)가 폭스바겐으로부터 5,000만 개 규모의 서스펜션을 수주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일부 투자자 사이에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다. 이달 18일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이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전달한 메시지가 외부로 퍼지면서 시장에 수주설이 확산됐고 당일 만도는 5% 급등했다. 그럼에도 만도는 “사실무근이며 해당 연구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면서 강력 부인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지면서 신사업 진출 등 기업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 중인 것이 각종 소문이 큰 파장을 낳는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장에 소문이 무성한 것은 기본적으로 지금이 경제적 격변기이기 때문”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기본적 특징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이종 산업 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시중에 사업 시나리오가 나오면 투자자의 기대와 맞물리면서 큰 가격 변동성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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