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뷰]'자산어보' 변요한 "꿈을, 용기를 가지라고, 실패해도 멋진 거라고…"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죄인이었다가 우리 선상님이었다가 벗이 되기까지. 정약전과 창대의 긴 이야기를 짧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한순간에 권력에서 밀려나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지식인과 그 권력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는 청년의 시선은 대립이 아닌 차이로, 그리고 끝내 이해로 귀결된다.

흑산도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글공부를 하는 창대를 연기한 변요한은 영화를 보고 나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울었다. 그는 그 이유를 ‘뜨거움에 대한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내려놓고 진실되게,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연기한 그 순간이 떠올랐단다. 꿈을 갖고 용기를 가지라고, 실패해도 된다고, 그것도 충분히 멋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실수를 알아줄 친구가 반드시 곁에 있을거라고 그는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Q. 시사회 당시 영화를 처음 보며 엄청 울었다고.

- 저도 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그때 그 기억과 뜨거움이 올라왔어요. 눈물을 잘 참는 편인데 결국 못 참아서…. 감사함의 눈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찍어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나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같이 고생했던 스태프도 생각나고.

Q. 창대는 사실상 창작된 캐릭터다.

창대는 엄청 뜨겁고 누구보다 젊은이의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업이 있고, 내부적인 심리도 일부 정해져 있지만 부담 갖기보다 과감하게 하고 싶었어요. 이준익 감독님께서 인터뷰에 ‘뜨거운 사람 옆에 뜨거운 네가 있고, 내가 있다’고 하셨듯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그 뿌리를 찾고 파생시켜 나가요. 그런데 창대는 뿌리를 찾았는데 파생시킬 방법을 못 찾았어요. 비슷한 부분은 있는데, 계속 생각하다보니 저 말고도 다른 친구들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구든 다. 결국 다른 사람들을 보며 창대의 모습을 발견했고, 제가 창대를 찾기 힘들었던 지점은 ‘나와 정말 많이 닮아 있어서’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Q. 창대가 정약전에 갖는 감정 변화도 자연스럽다.

- 처음에는 사학죄인, 다음에는 우리 선상님, 나중에는 벗이 되는 일련의 과정에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주신게 없어요. 모든 배우들이 그 마을에서 살게 풀어주셨고, 누군가가 보는 약전의 모습들이 붙으면서 나중에는 그냥 벗이 되더군요. 지금도 뭘 파악했다기보다 자연스런 흐름이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설경구 이정은 류승룡 강기영 선배를 만나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창대의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잘 묻어서 창대의 향기가 날 수 있게 흘러가고 싶었습니다.

Q. 설경구의 극찬이 화제된 바 있다. 도희와의 로맨스도 딱이다.

-설경구 선배는 평소 존경했고 좋아하는 작품에 항상 출연하셔서 뵙고 싶었어요. 감독님과 선배님 모두를 한번에 만나 설레고 흥분됐는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까.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좋은 후배가 되고 싶었습니다. 선배님께서 아침에 일어나 줄넘기를 1000개씩 하시고, 대본을 다 외워버리시는 등 무수히 노력하는 모습을 봤어요. 호흡을 맞추기보다 잘 따라가려 노력했습니다.

도희는 처음 봤는데도 진짜 소꿉친구 같더라고요. 첫 대사를 하는데 착 감겨요. ‘어? 이건 진짜 친구인데?’하는 생각이 들었죠. 아주 수월하게 리드해줘서 믿고 촬영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눈 떠보니까 부부가 돼있는데…. 결혼 장면에서 둘이 눈을 살짝 마주치는데, 그때 현장에 있던 모두가 눈물을 감추더라고요.



Q. 이준익 감독 영화는 처음인데.

- 최고입니다. 감독님은 장점만 보십니다. 약점은 눈감아 주십니다. 사실 그게 쉽지 않은데 어떻게 그러지 싶어요. 모든 배우들이 함께하면 즐겁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거시적 보다 미시적 관점, 소박해 보이지만 그래서 거대하다고 생각해요. 더 집중력 있게, 공감할 수 있게, 친구가 될 수 있게 연구하시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멋진, 다음에 만날 배우들이 부러울 정도로 훌륭한 분이십니다.

Q. 실제 섬에서 촬영하며 모두들 분위기가 좋았다고 들었다.

- 하루하루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 어려우니 촬영할 때는 화끈하게 하고, 그조차도 정말 즐거웠어요. 자연은 정말… 창대를 연기하며 하늘도 바다도 별도 봤거든요, 배타고 나가면서. 한번도 써본적 없는 ‘절경이다, 장관이다’라는 말이 나왔어요. 행복했습니다 정말.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Q. 어부 연기에 어려움은 없었나.

- 살면서 어부 역을 언제 해볼까 하는 생각에 감사하게 준비했어요. 시간 잘 맞춰 가서 물고기 다루는 법도 배우고, 노를 젓는 방법이나 수영연습도 했고. 그런데 그건 준비 과정일 뿐이잖아요. 창대가 바라보는 세상,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가 더 중요한 준비과정이었어요. 창대의 마음을 아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Q. 흑백 영화에 대한 부담은?

- 처음에는 겁도 났죠. 모니터링을 해보니 눈빛이나 표정, 주변 풍경의 형태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파리까지 찍혀요. 그걸 보며 과감하게 마음을 내려놨어요. 조금 서툴더라도 내려놓고, 이해되지 않으면 말을 하지 말자. 기술이 아닌 진실로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었죠. 덕분에 심적인 부담은 없었어요. 두 번은 없을 기회라고 생각해요. 진심은 통해요. 보면 볼수록 더 울림이 있을거에요.

Q. 촬영 전 실제 정약전 선생의 유배지에 방문했다고.

- 시나리오를 받고 자연스럽게 가게 됐어요. 길이 엄청 멀고, 배도 타야하고. 그냥 멀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착해서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진짜 멀리 오셨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안좋았어요. 선생이 활동하셨던 장소, 거니셨던 곳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촬영이 얼마 안남았는데 어떻게 이 대단하신 분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Q. 200년 전 창대가 현실 속 청년들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본인을 포함해서.

- 저는 반항도 방황도 고민도 하고 외로움도 느끼는데 일은 잘하고 싶어요. 그것들의 반복인데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아요. 이번 현장에서는 즐기는 법, 유연하게 하는 법도 배웠지만 ‘본질적인 마음’이 있어야 시야가 넓어지고 삶을 넓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에게 창대를 통해 뭔가를 이야기해야 한다면 ‘꿈을 갖고 용기를 가져라. 실패해도 된다. 멋진 것이다. 부딪쳐라. 그리고 실수를 알아줄 친구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