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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탈환 나선 인텔…‘총수 부재’ 삼성 초긴장 [글로벌 파운드리 지각변동]

■인텔, 파운드리 재진출 승부수

겔싱어 CEO '외주화' 예상 깨고 생산력 강화로 전환

美 '반도체 부흥 정책' 지렛대로 옛 영광 되찾기 나서

亞 경쟁 기업 본격 겨냥…삼성 초격차 전략 절실해져

미국 애리조나주 오코틸로 파운드리 공장(팹) 전경/사진 제공=인텔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함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1위를 천명한 삼성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서버용 그래픽칩 '폰테 베키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인텔


한때 괴물 같은 기술력을 자랑하며 ‘칩질라(Chipzilla)’로 불렸던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 재차 출사표를 던졌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인텔은 확고한 경쟁력을 보유한 중앙처리장치(CPU) 영역을 기반으로, 미국 정부의 반도체 부흥 정책을 지렛대 삼아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이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선도하는 TSMC와 삼성전자(005930)는 ‘칩질라’의 태세 전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 시간) 글로벌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인텔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혁신이 시작됐다”며 지난 2016년 발을 디뎠지만 시장의 외면으로 2년 만에 철수한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투입되는 자본은 200억 달러, 한화로 22조 6,0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인텔 설비 투자액인 143억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또한 겔싱어 CEO는 인텔 내에 별도의 파운드리 사업부를 만들고 란디르 타쿠르 박사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통상 인텔의 각 사업부가 부사장급 인사가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장급 인사를 파운드리 수장으로 앉히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는 겔싱어 CEO가 이날 언급한 여러 계획 가운데서도 인텔이 종합반도체업체(IDM)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7나노미터(㎚) 미세 공정을 활용한 양산에 거듭 실패한 데다 고객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이탈 등이 겹치며 ‘생산의 외주화’를 통해 군살을 빼고 설계에만 집중하는 기업으로 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올 2월 취임한 겔싱어 CEO는 이 같은 세간의 예측을 완전히 깨고 아시아권 경쟁사들을 겨냥하는 공세를 취했다.

업계에서는 겔싱어 CEO가 “세계적 수준의 IP 포트폴리오를 결합해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아키텍처 IP의 공개가 조만간 공식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 코리아는 이에 대해 “IP 공개 여부와 그 수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인텔의 이 같은 태세 전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앞당긴 반도체 기술 패권 다툼과 더불어 반도체 공급량이 부족한 시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30년 넘게 인텔에 근무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 수석부사장 등을 지낸 ‘기술통’ 겔싱어 CEO의 소신이 반영된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겔싱어 CEO는 이날 “인텔은 국내 투자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획에 조 바이든 행정부와 애리조나주 정부와 함께 협력할 수 있어 기쁘다”며 파운드리 공장(팹)의 신설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이뤄진 일임을 알렸다. 인텔은 앞으로도 바이든 대통령이 힘 쏟고 있는 “제조업 부흥 정책(Build Back Better)’을 적극 활용해 아시아가 쥐고 있는 반도체 생산 비중을 되찾아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선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를 공급할 공장이 모자라는 상황이기에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며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자국의 안보와 엮어 자체 생산을 강조하고 있기에 인텔 입장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발표”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분야 새로운 경쟁사의 등장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는 인텔의 추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인텔이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팹이 완공되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2년 후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고객사 이탈을 막을 초격차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아직 인텔이 어떤 방식으로 파운드리 영업을 펼칠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만약 7㎚ 이하 초 미세 공정에 도전할 경우 이 분야 강자인 TSMC와 삼성전자는 인텔과 맞서 싸워야 한다. 주식시장 역시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탓에 TSMC의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3% 하락한 수준에서 마감했다. 다만 인텔이 보유한 현재 기술력으로는 연내 7㎚ 이하 칩 양산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10㎚ 이상 파운드리에 집중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 경우 글로벌 3~5위 업체인 UMC나 글로벌파운드리·SMIC 등과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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