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뒷북경제] OECD·IMF 성장률 전망 올리는데 한 발씩 늦는 한은

OECD·IMF 0.5%P 올렸는데 한은만 제자리

추경 확정 안 됐다며 전망치에 반영 안 해

인플레 우려에 금융 변동성 확대되는데 깜깜

부정확한 진단으로 의사결정에 영향 우려

뒷북경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마저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으면서 가만히 있던 한국은행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습니다. 불과 한 달 전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지 않고 3.0%를 유지하기로 하자마자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성장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은의 전망치는 주요 경제 기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에 한은의 경기 판단이 한 발씩 늦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을 3.6%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1월 3.1%로 전망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0.5%포인트나 올려 잡은 것입니다. 보고서 초안은 0.3%포인트 오른 3.4% 수준이었지만 이달 초 정부가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 내용을 반영해 3.6%로 상향 조정했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요소의 점진적 정상화와 외부 수요 증대 등으로 경제 회복이 기대된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은행 앞 /연합뉴스


IMF 전망치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3.1%)이나 우리 정부(3.2%)가 내놓은 예상치보다도 과감한 수준입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 씨티,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JP모건, HSBC, 노무라, UBS 등 해외 투자은행 9곳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평균값도 3.6%입니다.

OECD도 지난 9일(현지 시간) 중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올린 바 있습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4.2%에서 5.6%로 1.4%포인트 올렸고, 한국 성장률도 2.8%에서 3.3%로 0.5%포인트 높여 잡았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세계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으로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올해 안에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의 경제 규모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주요 기관들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월 한은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지만 민간소비와 고용이 둔화될 것이라며 성장률을 기존 전망수준인 3.0%로 유지했습니다. 한은과 OECD?IMF의 경기 전망 시점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만큼 같은 지표를 보고도 다른 전망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수출과 투자 증가세는 최근 들어 꾸준히 나타났고 정부의 추경 편성도 예측 가능했었기 때문입니다.



인천항 내항에 야적돼 있는 수출용 중고자동차.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최근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경제전망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도 한 금통위원은 추경 변수를 고려하면 성장률을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한은 관련부서는 “추경안이 확정되지 않아 이번 전망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으나 논의 중인 추경안의 규모가 꽤 큰 점을 고려할 때 성장률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추경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보면서도 반영하지 않은 것입니다. IMF는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추경안만 보고 성장률을 0.2%포인트 더 올렸습니다. 추경안이 국회에서 확정된 것은 지난 25일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한은


아쉬운 점은 최근 한 달 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백신 접종 개시와 함께 세계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주요 현안에 대한 서면 문답’ 자료를 통해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종전 전망치(3.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면서 성장률을 더 높일 것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초 배포 계획이 없던 자료였던 만큼 국민들은 다음 달 금통위까지 두 달 가까이 중앙은행의 경기 진단을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경제전망은 경제 핵심 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초 정보입니다. 부정확한 경제 진단은 정책 수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경제 흐름이 뒤바뀌는 요즘 같은 시기에 지난해 11월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을 추경 등 상방 요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손 대지 않은 않은 것은 특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오는 5월 발표될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어느 정도 수정될지 더욱 더 주목됩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