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옷은 조선 시대 공주·옹주의 예복이다. 앞이 짧고 뒤가 길며 옆이 트인 직선 형태의 겉옷이다. 차츰 민간으로 퍼져 오늘날에도 결혼식에서 신부는 폐백복으로 활옷을 입는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시대 궁중에서 사용하다가 창덕궁에 보관돼 있던 활옷을 소장하고 있다.
‘창덕궁 활옷’은 복숭아와 석류 무늬가 새겨진 최고급 비단으로 만들었고 소매는 청·홍·백색의 색동과 넓은 한삼이 달려 있다. 옷 앞·뒷면과 소매에는 금사(金絲)와 비단색실로 연꽃·모란·봉황 무늬 등의 자수를 놓았다. 옷감 색과 수선 흔적 등 박물관으로 오기 전 이미 훼손 상태가 심각해 전시를 위해서는 보존 처리가 필요했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보존 처리 과정에서 뜻밖에도 ‘창덕궁 활옷’의 속살이 드러났다. 활옷은 일반 복식에 비해 크고 자수 무게로 옷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에 심을 대 제작하기도 하는데 ‘창덕궁 활옷’의 헤진 구멍 사이로 글자가 적힌 종이 심이 발견된 것이다. 연구진은 종이 심이 어느 곳에 얼마나 들어 있는지 또 종이에 적힌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적외선과 내시경 카메라 촬영을 했다.
그 결과 종이 심이 활옷의 몸판과 소매 전체에 대어져 있음이 확인됐다. 종이 심에 적힌 글자를 판독하니 놀랍게도 1880(고종17)년 효정대왕비(헌종 비 효정왕후)의 50세 생일을 축하하는 특별 과거 시험 답안지였다. ‘낙복지’라고 불리는 조선 시대 과거 시험 답안지는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며 관청에 지급하거나 국경 지대 군인의 군복 제작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여럿 전한다. 하지만 낙복지가 활옷에도 사용됐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창덕궁 활옷’이 과거 시행 연도인 1880년 이후에 제작됐거나 혹은 지금의 모습으로 수리됐다는 시기적 정보도 얻게 됐다.
현재 국내외 박물관 등에 소장된 활옷은 30여 점이다. 이 중 왕실에서 사용됐음이 확실한 것은 단 두 점뿐이다. ‘창덕궁 활옷’과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가 혼례 때 입은 활옷이다. 두 유물 모두 오는 7월 국립고궁박물관 특별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임경희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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