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출신을 겨냥한 혐오와 각종 증오범죄가 확산되는 데 대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진심으로 분노를 느끼며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K팝 가수들이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경향과 달리 BTS는 지난해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 당시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꾸준히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BTS가 현재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 아티스트로 꼽히는 만큼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BTS는 30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한국어, 영어로 나란히 글을 올려 “우리는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며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 받을 권리가 있다.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글에는 ‘#StopAsianHate’(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StopAAPIHate’(아태지역 출신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며 인종차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일어난 애틀랜타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아시아인으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이런 얘기를 꺼내놓기까지, 목소리를 어떻게 전할지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계란 이유로 차별을 당했던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BTS는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시아인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우리의 경험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지만 그때 겪은 일이 우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아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BTS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강조하며 “우리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BTS가 올린 글은 약 5시간만에 120만개가 넘는 좋아요와 약 7만개의 답글이 달렸다. 리트윗 건수도 65만건 이상 기록하는 등 삽시간에 퍼지며 이들의 높은 영향력을 보여줬다. BTS의 팬덤 ‘아미’ 역시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 등에서 결집력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BTS가 지난해 BLM에 100만달러를 기부할 당시 팬들도 같은 금액을 모아 인종차별 반대 단체에 기부한 바 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