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쭙잖은 지적을 했다가는 ‘꼰대’ 소리 듣기 십상인 시대에 2030 청년들이 조언을 구하는 어른이 있다. 그 주인공은 올해 나이 58세의 심리학 전문가 조던 피터슨. ‘(인생에서) 무거운 짐을 짊어져라’ 라는 그의 말에 온라인 상에서는 ‘이제 스쿼트를 하러 간다’라는 유행어가 퍼졌고, ‘첫 덕질이 교수라니’, ‘피터슨의 강의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와 같은 ‘간증’의 글이 넘쳐났다. 그가 2018년에 내놓은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2030 청년 팬덤의 화력을 보여주며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600만 부 가까이 팔렸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357만 명에 달했다. 50대 심리학자에게 쏟아지는 폭발적인 인기의 비결은 독설에 가까운 지적과 그가 제시하는 냉혹한 인생 법칙에 있었다. 무기력에 빠진 청년들이 ‘네 아픔에 공감한다’는 달콤한 어루만짐보다 강한 동기를 심어주는 직설에 호응한 것이다.
신간 ‘질서 너머’는 조던 피터슨이 ‘12가지 인생의 법칙’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에서 출간 전부터 큰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책의 내용 만큼이나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이번 책의 집필 시점이다. 저자는 2019년 가을 이후 건강 상의 문제로 종적을 감췄다. 그해 3월 아내가 희귀암 진단을 받았고, 인생의 동반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직면한 피터슨은 신경 안정제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약물은 불안, 우울, 초조, 자살 충동을 불러왔고 이 중독 치료 중 한 달 동안 혼수 상태에 빠진 뒤 신경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죽음마저 이겨내고 돌아온 그는 신간을 통해 그럴듯한 말의 향연이 아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새로운 인생 법칙 12가지를 제시한다.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원치 않는 것을 안갯속에 묻어두지 마라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등이다.
여느 자기계발서에서나 봤을 법한 말들이지만, 이 뻔한 말을 전달하는 그의 이야기는 ‘역시 조던 피터슨’을 외치게 한다. 예컨대 이번 책에서도 “목적 없는 절망적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책임을 짊어지고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명들이 독자의 의지를 제법 자극한다. ‘목표는 없고 재능만 있는 스물다섯 살 젊은이의 매력적인 잠재성은 서른 살에는 절망적이고 애처로워 보이고, 마흔 살이 되면 완전히 만료된다.’ 1만 7,8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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