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설 현장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일자리 다툼’이 결국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다. 최근에는 여성 조합원이 “폭행을 당했다”며 다른 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경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건설 경기가 2019년에 이어 지난해도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건설 현장이 노조의 ‘세 불리기’ 장으로 얼룩지고 있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소속 여성 조합원 A 씨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명과 같은 한국노총 연합노련 소속 조합원 3명에 대해 공동상해와 폭행 등의 혐의로 지난달 30일 경찰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모 공동주택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해당 조합원들이 A 씨가 타워크레인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물리적 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다.
타워크레인 노조에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지부(2,200명)와 한국노총 연합노련 크레인노조(900명), 한국노총 건설노조 크레인분과(600명)가 소속돼 있다. 조합원 수에서 밀리는 타워크레인분과 소속 조합원이 자신들을 채용하라고 시위하는 타 노조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한국노총 크레인분과의 한 조합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원과 용인의 건설 현장과 관련해 “민주노총과 연합노련이 취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다른 노조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일터를 ‘쟁취’하기 위해 한 노조가 다른 노조를 폭행하는 등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심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인천 서구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한국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00여 명이 사용자 측의 고용 방침에 항의해 집회를 진행하던 중 출근하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0여 명과 싸우는 일이 벌어졌다. 2월에는 강원 원주시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골조 공사와 관련한 고용 분배 문제를 놓고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 은평구의 재개발 현장에서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서로를 고용하라며 수백 명 규모의 집회 시위를 이어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노동계에서는 최근 양대 노총의 물리적 충돌이 심해진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건설 경기 불황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근로자 1,222명 중 42.8%가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47.1%는 공사 중단 등으로 수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보다는 제1 노총 지위를 놓고 양대 노총이 다투는 ‘세 불리기’ 경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2월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오히려 2만 8,000명 증가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건설 현장 대부분이 영세 사업장으로 양대 노총이 싸움을 벌이는 곳은 돈이 되는 큰 사업장”이라며 “조합비를 통해 얻어지는 노조 수익과도 직결되면서 서로 충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업 관련 양대 노총 조합원은 전체 건설업 종사자약 200만 명 중 7%인 14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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