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속한 방한과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회담을 추진한다. 이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방한해 한미 간 2+2 회담을 열고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 미국과 동일한 회담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일본 등 3개국 안보실장이 미국에서 3자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논의한 가운데 중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의 가장 약한 고리로 평가되는 한국을 파고들어 한미 동맹을 흔들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중국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미정상회담을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열기로 추진하자 중국 측도 한중정상회담 일정을 서둘러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 가운데 시기적으로 누구를 먼저 만날지 등이 앞으로 우리 외교 행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한중 양국은 이 자리에서 한중 간 외교안보 2+2 회담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외교국방 고위 관계자가 올해 회담을 할 경우 지난 2015년 이후 6년 만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중국 국방부 고위급과 안보 협의를 하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운 미국의 동맹 전략과 상충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이 쿼드(Quad) 등 사안별로 동맹국들과 다자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상황에서 한중 간 2+2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동맹국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데,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갈 위험성이 있다”며 “중국이 한미일 동맹의 ‘약한 고리’인 한국을 흔들어 미국과 거리감이 생긴다면 한국은 미국의 동맹 전략에서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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