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기업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법안 발의가 대거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계류 법안 530건 중 고용·노동 관련 법안은 364건(68.7%)으로 집계됐다. 특히 364건 가운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모두 229건으로 규제 완화 법안 30건에 비해 7.6배 많았다. 나머지 93건은 규제 강화도 완화도 아닌 중립적 성격의 법안이었다.
국회는 기업 활동 규제에는 열을 올리면서 경제 활력을 제고할 법안 처리에는 뒷짐을 진 모습이다. 재계와 벤처 업계가 오랫동안 통과를 희망해왔던 서비스산업발전법,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등 경제 활성화와 관련된 법안은 통과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16개 단체가 참여하는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2일 입장문을 내고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글로벌 벤처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런던·뉴욕·나스닥·독일·도쿄 등 세계 5대 증권거래소와 다르게 국내에서는 상법과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모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지 않아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법안이 시행되면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에 힘입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현재 국회 입법 과정에 있다.
국민들 역시 경제 활성화에는 뒷짐을 진 국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현행 법체계가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공감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0~50대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21대 국회 입법 방향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91.6%, 복수응답)은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으로 ‘낡은 법 제도’를 선택했다. 특히 국민들은 21대 국회의 최우선 입법 과제로 ‘경제 활력 증진(39.8%)’을 꼽았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뒤 1년 동안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 법안을 강행했던 여권과 정반대의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경제계 ‘10대 혁신 지원 조속 입법 과제’ 중 하나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10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고 ‘샌드박스 3법(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법·금융혁신특별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