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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자가진단키트' 도입 주장…의료계 "정확도 낮아 방역 도움 안 돼"

신속항원검사서 '위음성' 나온 환자, 지역사회 전파할 가능성

진단검사의학회 이어 서울대병원서도 분석 결과 "민감도 낮아"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자 의료계 안팎에서는 자가진단의 정확도를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자가진단키트로 활용되는 신속항원검사는 코로나19에 감염이 된 상태에서도 ‘가짜 음성(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위음성 결과를 믿은 채 일상생활을 이어갈 경우 지역사회에 감염병을 퍼뜨리게 될 뿐만 아니라 환자도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다.

신속항원검사, 민감도 낮아 코로나19 감염 배제 어려워

대개 코로나19 자가진단검사는 신속항원진단키트를 활용해 진행된다. 단 아직 국내에서 자가진단용으로 승인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없다.

국내에서 승인받은 신속항원검사는 자가진단이 아니라 의료진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대개 진단을 보조하는 '선별용'으로 쓰인다. 표준 검사법인 '비인두 도말 PCR(유전자증폭)'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비인두도말 PCR을 통해 추가 검사를 거쳐 확진으로 판정하는 식이다.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신속항원검사의 낮은 민감도를 한계로 지적한다. 진단검사의 민감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정도로, 민감도가 낮으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도 음성으로 진단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코로나19 검체 80개(양성 380개, 음성 300개)로 신속항원검사의 진단능력을 분석한 결과 민감도는 29%, 특이도는 100%였다.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공개된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도 유사하다. 입원 전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17.5%, 특이도는 100%였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결과가 나온 것만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니라고 배제하긴 어렵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성' 결과 믿었다가 지역사회 전파…"방역 도움 안 돼"

의료계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코로나19 자가진단을 우려하는 이유는 '위음성', '위양성'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검사의 민감도가 낮으면 코로나19 양성 환자를 음성으로 진단할 확률이 있어 방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자가진단검사를 실시해 '음성' 결과를 확인했을 경우, 이 환자는 해당 결과만 믿고 가벼운 감기나 몸살로 여겨 지역사회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할 수 있고, 환자 본인은 중증으로 진행될 때까지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다. 자가진단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에도 결국 PCR 검사를 다시 시행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백경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백 교수는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를 50%, 특이도를 99% 가정해 국내 유병률이 0.2%인 상황에서 10만 명을 검사하면 환자 200명 중 100명을 '위음성'으로 놓친다"며 "조기진단과 조기 격리가 안 돼 방역에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가 가정한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 50%는 서울대병원과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분석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는 "(이때) 거의 1,000 명에 육박하는 사람이 위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며 "위음성과 위양성 사례를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으면 혼란만 야기하고, 실제 현장에서 도움이 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가진단 도입하기엔 유병률 낮아…국내 누적 양성률 1.35%

전문가들은 진단키트 개발 업체가 임상시험에서 유증상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확인한 진단검사의 민감도가 99%라고 해도 한계는 여전하다고 본다. 방역에서 중요한 건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실제 감염자일 확률을 의미하는 '양성 예측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성 예측도는 유병률이 높은 집단일수록 올라간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가이드라인도 신속항원검사는 PCR 검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검사의 양성률이 10% 이상으로 오를 때 유증상자만을 대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2일 기준 검사건수 대비 확진자를 계산한 양성률은 2.52%(2만3,251명 중 587명)이며 이날 0시 기준 누적 양성률은 1.35%(815만2,783명 중 11만146명)다. 이런 유병률에서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모두 99%에 달하는 우수한 신속항원검사라고 하더라도 양성 예측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공중보건 전문가는 "무작위로 증상이 없는 일반인 두 명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온다고 했을 때 둘 중 한 명만 실제 감염자일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일부 신속항원검사에서 80∼90%의 높은 민감도 및 특이도를 보고한 것은 바이러스양이 많은 유증상자나 중증 환자 위주로 검사했기 때문"이라며 "실제에서는 거짓 음성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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