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몸무게로 140㎏을 찍었던 ‘슈퍼헤비급’ 골퍼 백석현(31)이 ‘홀쭉해진’ 몸으로 국내 무대에 나타났다.
백석현은 15일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CC(파72)에서 펼쳐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새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1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의 ‘가뿐한’ 성적을 냈다. 선두 그룹과 5타 차로 남은 사흘을 맞이한다.
백석현은 아시안 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태국에 살면서 2014년 CIMB 니아가 인도네시안 마스터스 준우승, 2013년 월드와이드 슬랑고르 마스터스 3위 등의 성적을 남겼다. 메이저 대회 US 오픈 출전 경험도 있다.
늘 ‘우리나라 골프 선수 중 최중량’으로 소개됐지만 이제는 아니다. 못 알아볼 만큼 살을 뺀 백석현은 “일단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고 정신이 맑다고 해야 할까…. 집중도 더 잘 된다”며 “운동을 계속하려면 지금 체중을 유지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대 전 140㎏까지 나가던 체중이 지금은 90㎏이다. 웬만한 성인 여성 한 명이 몸에서 빠져나간 것과 같다. 2019년 전역을 앞두고 “뭐라도 바꿔서 나가자”는 마음으로 독하게 다이어트를 한 결과 최저 80㎏까지 찍었다고 한다. 첫 4개월 동안은 탄수화물을 거의 안 먹었다. 저녁 식단은 늘 고구마 1개와 닭가슴살, 달걀(흰자만) 2개였다.
아시안 투어 측도 2014년과 2019년 모습을 비교한 ‘비포 앤드 애프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한국에서 9개월 동안 57㎏을 뺀 백석현이 투어로 돌아온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골프가 안 풀려 도피하듯 들어간 군대에서 백석현은 새 몸으로 새 삶을 찾았다. 전역 후 확 바뀐 몸에 맞게 스윙도 바꿨다. 몸이 작아지면 샷 거리가 줄어들까 걱정했지만 철저한 웨이트 트레이닝 덕에 드라이버 샷으로 290~300야드는 어렵지 않게 친다. 체중 90㎏을 아슬아슬하게 사수하고 있는 백석현은 “빼는 것보다 유지가 어렵다는 말을 절감한다. 나도 모르게 군것질 거리에 다가가는 손길을 늘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무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찾게 됐다. 지난해 2부 투어를 거쳐 올해 1부에 복귀했다. 6년 만의 컴백이다. 한때 세계 랭킹 185위였지만 지금은 1,407위인 백석현은 “‘옛날에는 제법 잘 쳤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제 위치를 인정하는 게 처음에는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동남아시아와 비교해 잔디부터 다른 한국이 저한테는 낯선 환경인 만큼 후배들한테 다가가서 묻고 배우면서 하나하나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원주=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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