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농지담보대출에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한선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의혹 논란이 거센 만큼 농지담보대출을 억제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도 금융권의 농지담보대출 조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다른 은행권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은 오는 19일부터 가계 농지담보대출 DSR 상한선을 기존 300%에서 200%로 낮추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DSR이 내려갈수록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기존에 농협은행은 신용등급 1∼3등급 차주에게 DSR을 300%까지 인정해줬다. 4∼6등급 차주가 DSR 200% 초과 300% 이하 농지담보대출을 신청하면 정밀 심사를 거쳐야 했다. 7∼10등급은 모두 거절됐다. 하지만 19일부터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DSR 200% 초과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신용등급 4∼6등급 차주는 DSR 70∼200%를 적용받으려고 해도 정밀심사를 받아야 한다.
농협은행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달 말 금융당국이 전체 금융권의 가계 비주택담보대출(비주담대)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하는 등 강화를 예고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LH 일부 직원의 비주담대를 활용한 땅 투기 의혹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이같은 규제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투기 특별 금융대응반을 꾸리고 농지담보대출에 대한 조사를 계속 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대응반은 이날 북시흥농협에서 LH직원의 농지담보대출 취급 과정에서 금융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대출 성격상 공공기관 직원의 투기 의혹 등 불법행위 의심소지가 있어 관련 정보를 수사당국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LH 직원에 대한 대출 취급이 확인된 북시흥농협 외에 농협은행 세종청사출장소에서도 대출받은 공무원 중 농지법 위반 소지가 발견됐다. 금융대응반은 “부천지구축산업협동조합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금융권 전반에 대한 비주택담보대출에 투기 혐의 관련 검사를 신속하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조사 및 규제 도입이 속도를 내면서 농지담보대출에 대한 DSR 조이기가 다른 은행권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농지담보대출 수요의 상당 부분은 농협은행에서 취급해왔다”며 “다른 시중은행은 더 까다롭게 취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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