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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새로움을 추구하라

<145> 열정을 끌어내는 방법

전 연세대 교수

반복적인 노동은 피로·지루함 안겨

일과 관련된 업무 바꿔 가면서 하고

매너리즘 빠질 땐 '자메뷔' 활용할만

출근·퇴근길도 다른 루트로 다녀보길

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20년 전 일이다. 사이버 교육이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미국으로부터 가상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 열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이제 곧 대학이 없어진다. 이제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런 말들이 난무하던 시절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과장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식의 전달이 사이버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어쩌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다. 당시 필자는 연세대 사이버교육센터 소장을 맡고 있었다. “사이버 강의는 절대 대학 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 동시에 사이버 강의는 앞으로 대학 교육의 필수적 요소가 될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이다.



필자는 새로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우선 직원들이 고정된 책상에 앉지 못하게 했다. 3개월마다 자리를 바꿨다. 고정된 자리에 계속 앉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매너리즘을 부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에서 앞자리에는 직급이 낮은 직원이 앉고 뒤로 갈수록 높은 직원이 앉는 순서도 파괴했다. 자리를 이동할 때 직급에 관계없이 랜덤하게 바꾸려 했더니 저항이 엄청났다. 내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3개월마다 전화번호도 바꾸려고 했다. 역시 저항이 심했지만 그냥 밀어붙였다.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과 교수가 우리 직원을 찾아 문의하려고 할 때 3개월마다 혼선이 빚어졌다. 고객에게 혼란과 불편을 주는 조직 혁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배웠다.

햄버거 체인에 가면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로봇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손놀림이나 서로 분업하고 협업하는 수준이 높다. 고기를 굽는 사람은 계속 고기를 굽고 콜라를 따르는 사람은 계속 콜라만 따른다. 반복하니 숙련도가 올라간다. 높은 노동 강도의 대가도 없지 않다. 바로 극심한 피로와 지루함이다. 한 일을 또 하고 또 하고 반복적으로 같은 일만 하기에 더욱 그렇다. 미국의 한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기서는 직원의 담당 업무가 무엇인지 그날 아침 출근하면서 정해진다.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이 반드시 동일하지 않다. 본인 의사도 반영되고 또 늘 새로운 일이 기다린다. 물론 매일 어제와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지 완전히 새로운 일이 기다린다는 것은 아니다. 햄버거 만드는 일과 관련된 일은 대략 15개 정도다. 이것을 이리저리 섞어가며 하는 것이다.



데자뷔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처음 보는데 마치 이미 경험한 것처럼 느끼는 기시감 현상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두뇌가 자신이 저장해둔 데이터를 검색하면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기시감을 두 가지 경우에 잘 활용한다. 첫째, 많은 사람 앞에서 강연하면서 긴장감에 휩싸일 때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오신 청중은 다 나와 친한 사람들이다. 내가 잘하기를 응원하는 분들이다.’ 둘째, 길에서 어떤 사람이 나한테 먼저 인사를 할 때 잘 모르더라도 일단 아주 오랫동안 만난 사람처럼 반갑게 인사에 응답한다. 전에 봤는지 안 봤는지가 불분명해도 일단 안면이 있는 것 같으면 먼저 인사한다. 이럴 때 기시감은 정말 고마운 친구다. 기시감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자메뷔라는 말도 들어봤는가. 늘 보던 것인데 처음 본 것처럼 낯설어 보이는 현상이다. 필자는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오고 싶을 때 이 미시감을 자주 활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도 못 가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정말 우울해질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지금 이탈리아 나폴리 시내에 여행을 와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저기 나폴리 스타일 피자집이 보이네. 흐음, 후식은 뉴욕식 와플을 먹어 봐야지. 내일은 파리에 있는 한식당에 가서 된장찌개를 맛볼까.” 살짝 정신이상자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티 내지 말고 속으로만 생각하라. 참, 출근길과 퇴근길도 다른 루트로 다녀보라. 그러면 생활에 활력이 돌 것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면 열정이 생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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