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거듭 지지하면서 정부가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방류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모아 일본을 압박하려고 하지만 미국의 동참 없이 일본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정부는 방류로 직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태평양 연안국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태평양과 서해안이 맞닿은 미국에 대해 지난 13일 입장을 전달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기후변화 대응 공조를 논의하기 위해 17일 한국을 찾은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를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에 초청해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정부와 국민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케리 특사는 18일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미국의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케리 특사는 한국이 요청한 정보를 받도록 미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진행 중이고 매우 명확한 규정과 기대치가 있는 절차에 미국이 뛰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핵심은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방류)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동안 일본의 계속된 협조”라며 “일본이 IAEA와 매우 긴밀히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일본이 IAEA의 검증에 충실히 협조할 것으로 믿으며 여기에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이 해양 방류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데서 나왔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미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한 적은 있지만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지는 대량 방류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분석해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자체 검토를 통해 방류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 한국 정부가 이를 반박할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미국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우리는 일본이 제안한 대로 처리된 (원전) 폐수를 바다에 방출해도 인간과 동물 건강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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