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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있어도 ‘나는 나’…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길”

[제41회 장애인의 날] 시각장애 유튜버 허우령씨 인터뷰

갑자기 시각장애 앓게 된 사연에 283만 조회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보여주고자 유튜브 시작

‘장애에 대해 몰랐던 점 알게 된다’는 반응 뿌듯

장애인도 사회 일원…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유튜버 허우령 씨가 시각장애를 앓게 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튜브 영상 중 일부. /유튜브 ‘우령의 유디오’ 캡처




“갑자기 휴대폰 글자가 뿌옇게 보이길래 ‘잠깐 그런 거겠지’ 하고 그냥 잤죠. 그런데 다음 날 정말 눈앞이 뿌옇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예요. 그냥 멍했어요. 부모님한테 말하고 그제야 펑펑 울었던 것 같아요.”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조용한 화제가 됐다. 10년 전 갑작스레 눈이 보이지 않게 된 한 시각장애인의 사연이었다. 검은색 배경에 흰 자막, 나긋나긋한 내레이션만으로 채워진 이 영상은 지난달 29일 올라온 지 3주 만에 약 283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우령의 유디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대학생 허우령(24) 씨다. 영상 말미에 “‘괜찮아, 그래도 우령인 우령이잖아’라던 친구의 말을 듣고 눈이 보이는 나도, 보이지 않는 나도 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힌 허 씨는 이제 유튜브를 통해 ‘장애가 있든 없든 나는 나일 뿐’이라고 세상에 외치고 있다.

시각장애 유튜버 허우령 씨가 자신만의 화장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우령의 유디오’ 캡처


허 씨는 ‘제41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남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예전부터 유튜브를 하고 싶었다”며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언니가 영상을 편집해주겠다고 해서 2019년 겨울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구독자 사연과 책 소개 위주로 콘텐츠를 만들다가 기존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항상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쉬워 직접 장애를 다뤄보기로 했다”며 “물론 힘든 일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제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접할 기회가 없던 이들에게 그의 영상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화장을 할까’라는 궁금증에 허 씨는 직접 화장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줬다. 영상을 통해 외형은 비슷하지만 기능이 다른 화장품들을 냄새로 구분하고, 여러 색상이 있는 팔레트는 자주 쓰는 색상의 위치를 외워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도 헷갈리지 않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품에 점자나 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 사람들은 공감했다.

생리 기간에 편의점에 갔는데 생리대의 브랜드와 종류를 전혀 알 수 없어 곤란했던 이야기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 모든 메뉴의 가격을 전부 외워야 했던 이야기도 시각장애인들이 마주하는 일상의 제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허 씨는 “덕분에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을 접할 때면 내 영상이 소통과 공감의 도구가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튜버 허우령 씨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 카페 내부 위치를 외우고 있는 모습. /유튜브 ‘우령의 유디오’ 캡처


허 씨는 앞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계획이다. 그는 “장애인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원이고, 장애인도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며 “장애인들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끔 우리 사회가 좀 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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