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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윤여정의 돈과 일





돈은, 돈은 타고나는 거예요. 우리 엄마 말씀이 작은 돈은 저금해서 모으는 거고, 큰돈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거랍니다. 내 인생도 내가 일해서 번 것 아니면 보너스라는 게 없었어요. 언젠가 누가 권해서 주식을 했다가 모두 날렸어요. 돈 잃은 날, 친구들 모아서 밥 사주고 술 사줬지요. 일에 대해선 그래요. 나는 예순 살까진 하기 싫은 일도 많이 했어요. 아이들 키워야 했으니까. 애들이 장성한 후엔 딱 결심을 했죠.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치를 좀 부려야겠다. 예순 한 살부터 내가 사랑하고 믿는 사람들하고만 일해야겠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만 하면 확실히 돈은 안 돼. 싫어하는 일도 해야 돈이 되는 거지. (웃음) (김지수 인터뷰집,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2018년 어떤책 펴냄)

배우 윤여정은 ‘평균 나이 72세,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의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인터뷰집에서 특유의 유머를 실어 ‘돈과 일’에 대해 말했다. 그의 삶엔 보너스가 없었다. 별나게 예쁘지 않고, 스스로 고백한바 끼도 없고, 결혼운도 없었다. 운도, 연도, 돈도 그 무엇도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 삶. 단 한 번 ‘대박’을 기다리며 주식을 했다가 싹 날린 날, 그는 하소연도 원망도 없이 그저 사랑하는 친구들을 모아 밥과 술을 베푼다. 그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다시는 보너스 따위를 흘깃거리지 않으리라, 내 일과 힘만 차곡차곡 저축해 내 행복과 내 사람을 얻겠노라 결심했을지 모른다.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과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싫은 일도 하지만, 나중엔 일과 사랑을 한판에 하리라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배우 윤여정만큼 나이 들어 큰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도 좋아하는 사람과만 일하고 밥 먹고 술 먹는 이 아름다운 사치를 누릴 수 있을까? 그러려면 젊은 날의 윤여정만큼 살고 일해야 할 것이다. 불확실한 보너스와 요행에 목매지 않고, 확실한 내 몫의 일과 삶을 책임지면서.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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