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기술인은 융합과 조화라는 지금 디지털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화진(62·사진)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석좌 교수는 28일 KIRD 유튜브채널 ‘연구자TV’ 에서 “ ‘포스크 코로나’시대에도 필요한 여성과학기술인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고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물리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93년부터 23년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재직한 환경정책 전문가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이사 등을 지냈다.
그는 여성과학인의 역할을 자연계의 탄소에 비유했다. 분자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한 원자가 8개 전자를 갖고 있어야 하지만 전자 4개가 부족한 탄소는 다른 원소와 결합하려 한다는 것. 그는 “탄소는 결합을 통해 각각의 특성을 없애지 않고 창조적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원소”라며 “현대 사회는 탄소처럼 융합·조화·창조의 요소를 갖춘 여성과학기술인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성과기인의 필요성 만큼 충분한 기회 제공과 지원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그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국내 자동차 배출가스 종합대책 계획을 총괄했던 1990년대에 비해 30년가량이 흐른 지금 여성과기인의 활동 무대가 확실히 넓혀졌지만 미흡한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공계 대학 졸업후 연구개발인력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비율은 20%에 불과하고 연구원등에서 연구과제 책임자의 여성비율도 고작 10%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과기인 지원의 핵심을 경력단절 인력의 현장복귀로 꼽았다. 그는 “‘핵심(코어)그룹’이라 할 수 있는30~40대 여성과기인들 중 복귀해 성공한 연구·과학자들이 적지 않다”며 “변화속도가 빠른 과학계에 복귀하는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2016년부터 3년간 여성과기인지원센터를 이끌 때도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 활용과 복귀자의3년간 지원 등 다양한 사업에 나섰다. 그는 “당시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여성연구자들도 복귀를 통해 희망과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시대를 읽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연구 이슈를 빨리 파악하고 연구분야를 선도·선점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글로벌 시장환경 변화에 민감한 기업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밀함과 섬세함, 파트너십을 공유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등은 여성과기인에 내재된 역량”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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