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이를 번복했다. 월가에서는 옐런 장관이 말을 주워 담았지만 사실상 의도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긴축과 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보내 시장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오전 시사지 애틀랜틱 주최 행사 때 방영된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대규모 정부 지출이) 완만한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옐런 장관의 언급에 증시는 요동쳤다. 금리 인상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이 전날 대비 1.88% 하락했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옐런 장관은 뒷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WSJ와의 대담에서 “그 말은 예측이나 권고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문제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동안 물가가 오르겠지만 이는 기저 효과와 공급 병목 현상이 원인으로 일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옐런 장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하면서 연준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시장과는 온도 차가 있다. 베리타스파이낸셜그룹의 그레고리 브랜치는 “옐런 장관의 말은 우리가 기다려온 것”이라며 “그의 발언은 매우 의도적”이라고 평가했다. 에식스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프라이얼 공동 최고경영자(CEO)도 “옐런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는 시장에 금리 인상을 소화할 시간을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월가에서는 오는 8월 잭슨홀미팅을 전후로 연준이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논의를 먼저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슈로더 선임 고문인 론 인사나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출연해 “옐런 장관은 금리 인상이 수평선에 있다고 힌트를 줬다”고 분석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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