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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활
[기자의 눈] 사과는 타이밍이다




박형윤 생활산업부 기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 18년간의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기자회견문 중 일부다. 홍 회장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벌어진 불가리스 사태 등 각종 악재에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회장직의 마지막 날을 고하는 자리가 돼서야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발과 본사 압수수색 등이 진행된 이후라 홍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다.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지난달, 서둘러 홍 회장이 진화에 나섰더라면 홍 회장의 거취가 지금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GS25가 ‘남혐’ 포스터 논란을 일으킨 후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게 대응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매서운 질타를 맞았다. 남혐 포스터 논란은 지난 1일 발생했는데, 논란이 불거지자 별다른 해명 없이 문제되는 부분만 삭제해 수정본을 올리면서 공분을 샀다. 결국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사건이 발생하고 3일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올렸다. 이미 GS25 점주들이 본사를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집단소송에 나선 직후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쿠팡의 코로나19 관련 늑장 대처, 임블리의 호박즙 사건 등 유통 업계의 각종 사건·사고가 뒤늦은 사과에서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우고 있다.



사과 타이밍을 놓치는 이유는 기업 수뇌부의 예민하지 못한 감수성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라이브 방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도 정작 리스크가 터졌을 때는 온라인과 SNS의 반응들에 상당히 둔감하다. 리스크 대응 의사결정 구조가 트렌드를 따라잡기에 ‘올드’해서다. 빠르게 변화하는 MZ세대의 트렌드를 잡기 위해서 젊은 마케팅 인력과 외주사를 이용하는 것처럼 리스크 대응에 있어서도 보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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